은행 이자만으로는 물가상승률도 따라잡기 힘든, 사상 첫 1%대 금리 시대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엇박자 통화정책 탓에 투자 환경도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큰손들은 어떤 전략을 택하고 있을까. 머니섹션 M플러스가 투자 전문가들의 최근 발언을 토대로 이들의 투자 전략을 살펴봤다.
◇유럽·아시아 주목하는 투자 귀재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 마크파버자산운용 회장은 미국 주식은 이미 값이 많이 뛰었고, 일본은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봤다. 파버는 일본의 가계소득과 소비가 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는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달러화 표시 순이익이 증가한 점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 투자한 것 같다"며 이는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생긴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 파버는 아시아와 유럽 증시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아시아 증시의 상승률이 미국 증시보다 더 높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중국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증시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짐 오닐 전(前)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도 유럽과 중국 증시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중국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바뀌고 온라인 소비 시장이 커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고, 유럽에선 경제 개혁이 진행 중인 이탈리아가 유망하다고 봤다.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멕시코, 인도 증시를 선호했다. 터키는 정부의 경제 개혁에 진척이 없어, 주식시장의 전망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도와 중국 증시는 일시적 조정(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며 약세를 보이는 것)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1~2년 새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오닐은 "지난 18개월 동안 상승세를 이어온 인도 증시가 잠시 쉬어갈 시점"이라고 말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중국 증시는 단기간에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지금보다 20% 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할 때를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모비우스는 "인도 증시가 하락하면 투자를 늘리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에선 정부의 금융 개혁이 효과를 내면 은행주가 수혜를 볼 수 있고, 자동차와 기술 관련주의 전망도 좋다고 평했다. 파버는 "지난해처럼 인도 증시가 강세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인도의 경제 성장률과 투자수익률은 (전 세계 저성장 추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것"이라며 "인도 증시는 올해 최고 1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미·인도 채권 매력적
'채권왕'으로 꼽히는 빌 그로스 핌코 설립자는 "고용시장의 회복 속도가 더뎌지더라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9월 전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 채권시장은 그전까지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로스는 미국 채권은 만기가 4년 이내로 짧은 채권을 사고, 가격이 급등한 독일 등 유럽 주요국 국채는 파는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파버는 미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경제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남미와 인도의 채권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 연준의 최우선 순위는 환율 안정"이라며 "경기가 급격하게 회복되는 신호가 없는 한, 올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남미나 인도 채권의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도 나온다.
◇그리스·원유·금 가격 지켜볼 만
다른 투자자들이 공포 때문에 꺼리는 자산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유와 금 같은 원자재와 몇 차례 투매 움직임이 생긴 그리스 주식 얘기다.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인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유가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 최저가로 하락한 철광석은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가격이 빠르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리스 주식은 가격이 아주 싸다"며 템플턴자산운용에선 이미 그리스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파버 회장은 금 등 귀금속 가격이 반등할 시점이라고 봤다. 그는 "귀금속 가격은 2011년 이후 하락세였고 이제 바닥"이라며 "반등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철광석, 구리 등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용 금속 가격은 당분간 계속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유가에 대해서는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배럴당 40~60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