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라면업체 팔도(당시엔 한국야쿠르트의 사업부문) 직원들은 부산에서 러시아 선원(船員)들이 자사(自社) 컵라면 상품인 '도시락'을 대량 구입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러시아에서는 기차를 오래 타는 경우가 많은데 용기가 사각형으로 넙적한 도시락은 기차 안에서 먹어도 쏟아질 위험이 적어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착안한 팔도는 1991년부터 '도시락'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이렇게 시작된 컵라면 '도시락'의 해외 판매가 22일로 누적 40억개를 돌파했다. 24년 만의 쾌거이다. 팔도 관계자는 "이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팔린 '도시락'이 5.5억개인 것과 비교하면 7배가 넘는 규모"라고 말했다. 금액으로는 14억3000만달러(약 1조5597억원)에 달한다.

도시락이 판매되는 지역은 전 세계 30여 개국이지만 대부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범(汎)러시아권에서 팔린다. 러시아 컵라면 시장에서 '도시락'의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김범준 팔도 해외담당 이사는 "러시아 현지인 입맛에 맞춰 덜 맵고 싱겁고 느끼한 라면을 출시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도시락'은 지난해 러시아 국가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제16회 올해의 제품상'도 받았다. 팔도 관계자는 "국내 컵라면 시장에서 '도시락' 판매 순위가 10위권 밖에 밀려나 있지만 국내외 라면 매출을 합치면 팔도는 국내 라면 기업 가운데 농심에 이은 2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