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동차·건설·제철의 삼각(三角) 편대를 내세워 한국 경제의 새 기회로 떠오르는 중동(中東)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일부터 해외 현지판매의 핵심인 전 세계 대리점 사장단 300여명을 역대 처음으로 중동 지역에 모아 '대리점 대회'를 열었다. 중동 현지에서 22조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건설은 '카타르 월드컵 특수(特需)' '이란의 핵 협상 타결 특수' 등을 노리며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하이스코와 합병한 현대제철도 중동 지역의 송유관 시설이나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철강제품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저(低)유가의 포스트(post) 오일 시대를 대비해 인프라 건설, 제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을 겨냥해 현대차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동 지역 첫 대리점 회의는 유럽과 인도 등 주변 경제권까지 아울러 중동시장을 집중 공략하자는 정몽구 회장의 '중동 이니셔티브'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자동차는 물론 '중동 붐의 원조(元祖)'인 건설과 제철까지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시장 점유율을 더 높여라"
현대차는 21일 "작년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거둔 중동 지역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20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전 세계 대리점 대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2년마다 개최되는 현대차의 전 세계 대리점 대회의 올해 주제는 '미래를 향한 재도약'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현대차는 올해 해외시장에서 총 436만대(해외생산분 포함)를 판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2020년 연비 25% 향상 로드맵 ▲친환경차 투자 확대 계획 ▲자율주행기술 상용화 계획 등의 전략도 대리점 사장단과 공유했다.
이와 함께 중동시장에서 2위 수준인 점유율을 파격적으로 높이자는 성장 목표치도 제시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동 주요 12개국에서 32만7951대를 판매해, 1976년 중동에 진출한 이후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칠 경우 지난해 중동에서 52만여대(23%)를 팔아 도요타(3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중동 지역 1위 업체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는 원년"이라며 "당장 공개하기는 힘들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건설·제철, '상호 시너지' 높인다
건설과 제철도 중동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자동차는 중동의 소비자 시장을, 건설과 제철은 인프라 시장을 공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쿠웨이트·이라크·오만 등 중동 6개 국가에서 원자력발전소, 신항만, 고속도로 등 총 22조원 규모의 30여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오는 2022년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월드컵 개최지가 된 카타르에서 경기장을 비롯한 도로, 지하철, 공항 등 각종 기반시설 대규모 수주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핵협상 타결이 끝난 이란의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주 전략도 마련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동은 송유관·정유시설·발전소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에너지용 강재의 잠재성장성이 높은 지역"이라며 "자동차 브랜드를 활용해 중동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