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은 4월초 호텔신라와 함께 면세점사업에 공동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제휴가 오너 일가의 결단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제휴인 만큼 ‘피보다는 면세점’이라는 말이 나왔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그룹과 협력을 할 것으로 봤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오촌 사이다. 정지선 회장에게 정몽규 현대백화점 회장은 조카뻘이다.

마찬가지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사촌인 만큼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 손을 잡은 이유는 입지 때문이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용산 현대 아이파크몰 전경.

업계에서는 대기업 몫 시내 면세점 2곳은 강남과 강북지역에 각각 한 곳씩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강남 1곳, 강북 1곳을 각각 내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명동 지역의 경우 롯데그룹이 독보적인 인지도를 얻어 다른 사업자가 경쟁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명동과 다소 떨어져 있으면서도 주차 문제와 교통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용산을 유리하다고 본 셈이다.

실제 용산은 서울 중심에 있는 점과 더불어 KTX·지하철 1·4호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이다. 또 공항철도 연결이 추진 중인 것도 유리한 요인이다.

강남권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후보지로 무역센터점을 선정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이 있는 코엑스 단지가 외국인 관광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나머지 면세점 입찰을 준비하는 유통 기업들은 면세점 후보지를 공개하는 데 소극적이다.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결정이 난 상태지만, 미리 경쟁자에게 패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시청 인근에 있는 한화빌딩과 한화손보빌딩, 그리고 강남 명품관을, 세계그룹은 신세계백화점 충무로 본점과 강남 센트럴시티점을 후보지로 놓고 사업성을 따지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경영능력이나 운영능력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사실상 입지가 면세점 전쟁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며 “입지 카드를 최대한 감추고 마지막에 꺼내는 것이 맞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