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천동 제2롯데월드의 메인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층 빌딩이란 규모와 위용 때문에 준공 전부터 이미 랜드마크 빌딩으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이미지는 랜드마크 격에 어울리지 않았다. 빌딩으로서는 최악일 수 있는 '안전하지 못한 건물'이란 이미지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기 때문이다.

100층이 넘는 국내 최고층 빌딩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은 2016년 말까지 회장 집무실을 포함한 그룹 정책본부 전부를 이곳으로 이전한다.

제2롯데월드(정싱명칭 : 롯데월드몰·타워)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사업 진행에만 신경을 쓰고 세세한 부분을 놓친 것이 화근이 된 셈이었다.

롯데 측도 처음에 이런 부분을 간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건물의 구조적인 부분과 안전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오해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초기 대응이 잘못되면서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는 설명이다.

◆ 안전 논란 시작은 싱크홀...SNS로 급속도로 퍼져

지난해 제2롯데월드는 쇼핑몰동 개장을 앞두고 싱크홀(땅이 갑작스럽게 푹 꺼지는 현상 문제)로 한바탕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서울 잠실의 초고층 제2롯데월드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인근에서 싱크홀도 생겼다는 보도가 잇따른 것이다. 이후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싱크홀 사진이 대거 공유되면서 제2롯데월드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로 개장이 예정됐던 롯데월드몰 개장이 10월로 미뤄졌다. 롯데월드몰은 에비뉴엘동(명품관 면세점), 쇼핑몰동(쇼핑시설·시네마)으로 구성됐다.

또 영화관 진동과 수족관 누수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당시 SNS에는 롯데월드타워 대해 여전히 '건물이 기울어 보인다', '건물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느냐', '아쿠아리움에서 물이 샌다는데 잘못하면 다치는 것이 아니냐', '고층부가 공사 중인데 자재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부정적 글들이 대세를 이뤘다.

최근에는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안전 루머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올 들어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사고가 확연하게 줄어든 데다, 롯데 측에서 불안하다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총력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사업 시행사인 롯데물산 관계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으로 그룹의 역량과 자존심이 걸려 있어 그룹의 사활을 걸고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안전 문제 해결 위해 신격호·신동빈 회장도 나서

롯데월드타워는 3월 26일 착공 4년 5개월 만에 건물 중앙 구조물(코어월)이 413.65m를 넘어서면서 국내 최초로 100층을 돌파했다. 건물은 착착 올라가지만 쇼핑몰동 상황은 최악이었다.

지난해 수족관 누수와 영화관 진동, 바닥 균열, 출입문 쓰러짐 등 안전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최근 방문객은 하루 5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손님이 줄어 문을 닫는 입점 업체들까지 나오자 상가 업주들은 영화관과 수족관 영업 재개를 허락해 달라는 탄원서를 서울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롯데 측도 안전관리 문제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1월 초 제2롯데월드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 시켰다.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매주 현장을 방문해 안전 관련 이슈를 꼼꼼히 챙겼다.

지난 2월 오후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97층 현장을 직접 찾아간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이 근로자들을 격려하며 안전 시공을 당부하고 있다.

4월들어서는 신격호·신동빈 회장 부자가 롯데월드타워를 집무실로 사용하겠다고도 밝혔다.

두 회장의 새 집무실 위치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롯데월드타워 내 개인 사무실 구역(108~114층)의 최고층(114층)에 들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 200여명이 일하는 정책본부 사무실도 옮겨온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현재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신동빈 회장은 정책본부 직원들이 일하는 소공동 롯데백화점 빌딩에 집무실을 각각 두고 있다.

◆ "롯데에선 '저층부'라는 단어는 금칙어"

롯데그룹은 현재 '저층부'라는 용어 때문에 발생한 오해를 없애는 것에도 주력하고 있다.

쇼핑몰·영화관·수족관 등이 현재 공사 중인 123층짜리 건물 아랫부분에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쇼핑몰·영화관·수족관 등의 여러 문제가 123층짜리 건물 전체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조선일보DB

이 2개 건물은 모두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동과는 20~80m 정도 떨어진 별도 건물이다.

제2롯데월드는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동과 에비뉴엘동(8층), 쇼핑몰동(11층)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 '저층부'라는 용어 사용으로 발생한 오해가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회사 내에서는 저층부라는 단어가 현재 금칙어"라고 말했다.

◆ 여전히 썰렁한 제2롯데, 이유는?

그룹 회장 부자(父子)까지 불안감 지우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제2롯데월드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가 총 사업비 3조5000억여원이 투입돼 고용 유발, 지역 상권 활성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경제적 부가가치만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영화관과 수족관 영업이 중단되면서, 집객효과가 떨어지자 상권 활성화가 언제 될지 요원한 상태다.

서울시가 주변 교통 정체를 막기 위해 제2롯데월드의 임시사용 승인 조건으로 내건 주차장 예약제도 문제다. 또 주차 요금을 주변 시세의 3배 수준으로 비싼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지하주차장 내부. 지하 4층 주차장에는 주차 차량이 거의 없다.

현재 제2롯데월드 주차요금은 10분에 1000원이다. 3시간이 지나면 10분에 1500원으로 오른다. 예컨대 제2롯데월드에 3시간 주차하면 100만원어치 쇼핑을 해도 주차 할인도 받을 수 없고, 1만8000원 전액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이용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영화관람객들도 마찬가지로 주차요금을 그대로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오픈 6개월이 지나도록 안전 논란, 규제 등의 영향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손실이라고 지적한다. 또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쇼핑몰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규제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행히 서울시 시민자문단에서 수족관 등 제2롯데월드 시설의 안전에 대해 이상이 없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화관과 수족관에 대한 재개장도 조만간 판가름이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안전관리위원회 출범 이후 매일 고객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룹 회장과 핵심 부서가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하기로 한 만큼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 논란도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