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사옥을 압수수색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 자료가 담긴 박스를 버스로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날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를 10시간 넘게 압수수색하는 등 자원개발 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남기업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가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로 정치권을 흔들만한 로비 수사로 전환됐습니다.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중견건설사가 정권의 핵심 인사를 위협하는 ‘태풍’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요.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 인수와 회사 성장 과정, 두번의 워크아웃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경남기업 자원외교 비리 수사의 ‘불씨’가 어떻게 정치권으로 옮겨갔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60년 전통의 건설사, 충청서 자금 불린 성완종이 인수

원래 경남기업은 성 전 회장의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1951년 대구에서 정성원 회장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1965년 태국 중앙방송국 타워 공사를 수주하며 해외건설업면허 1호를 취득했습니다. 베트남 병원, 인도네시아 도로공사 등을 수주하며 성장했고, 한때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분을 인수하며 대우 계열사로 편입되기도 했습니다.

경남기업의 운명이 바뀐건 2003년입니다. 충청권에서 대아건설의 성공으로 자금력을 불린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을 사들였습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지역 건설업체에 불과한 기업이 매출 5000억원대의 ‘대어’를 인수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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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3배 늘었지만, 2009년 탈 나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을 인수한 이후 외형적으로 보면 회사는 승승장구합니다. 2004년 6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08년 1조7600억원으로 3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외형은 커졌지만 속은 부실해졌습니다. 부채는 2003년 2600억원에서 2008년 1조2800억원까지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31억원에서 129억원으로 제자리를 걸었습니다.

건설업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경남기업도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경남기업은 결국 2009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갑니다. 해외사업개발 투자 실패설이 나오면서 자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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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졸업 뒤 다시 맞은 '해외 리스크'

경남기업은 2011년 5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납니다. 베트남 초고층 건물인 ‘랜드마크72’ 시공으로 현지 건설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경남기업은 애초 계획보다 1년 빨리 졸업했습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차입금 규모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도 많이 감소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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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워크아웃 졸업의 기쁨도 그리 오래 가진 않았습니다. 성공작으로 평가 받았던 베트남 초고층 빌딩 개발사업이 2년 후 예상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남기업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2013년 10월 경남기업은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합니다. 국내 주택 경기가 좋지 않았고, 해외사업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베트남에서 ‘랜드마크72’ 개발 사업과 관련해 PF 자금 5300억원을 상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자산 유동화를 위해 랜드마크72 건물을 매각하려고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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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은 4월 9일 북한산 등산로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8일 성 전 회장이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


◆ 감사원의 감사,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의 신호탄

조선비즈는 올 2월 5일 감사원이 경남기업의 세차례 워크아웃 승인과정에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금감원과 채권단 은행에 대해 감사를 진행중인 사실을 단독보도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감사원의 감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수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조선비즈 단독보도이후 검찰이 자원외교비리 혐의로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고, 성전회장을 소환하는 등 전방위로 성 전회장을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부터 경남기업 자본잠식,자원외교 비리 수사 착수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다음 기사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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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4월 14일 오전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하기 위해 본회의장 입구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냐’고 묻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내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의 리스트, 정치권 비리 수사로

이달 8일 경남기업은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 한 통을 뿌립니다. 성 전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날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MB맨(이명박 전 대통령 측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자원개발과 관련해 융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는데, 잘못 알려진 사실로 인해 지금까지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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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인 9일 성 전 회장은 유서를 남긴 뒤 북한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날 오전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몰아칩니다. 성 전 회장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도 이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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