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건물 9층 복도 벽면에는 4개 화면이 올 2월 초부터 켜져 있다. '소통의 창'으로 불리는 4개 화면에는 전국 고객센터와 영업 현장에서 접수된 고객들의 적나라한 불만 사항들이 모니터에 적혀 있다. 품질, 판매, 서비스, 마케팅 등 4개 분야별로다. 현대차 관계자는 "9층은 회의실과 휴게실 등이 몰려 있어 사내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전날에 접수된 각종 고객 불만을 정리해 다음 날 출근 시간에 맞춰 오전부터 공개해 고객 요구 사항을 경영에 최우선 반영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곳을 통해 접수된 의견 가운데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된 사례도 여럿 있다. 구형(舊型) 모델에 없던 '루비 와인'과 '세피아 토파즈' 색상을 지난달 출시한 신형 SUV 투싼에 긴급 투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 차량이 너무 단조롭다"는 소비자 지적이 발단이 됐다. 얼마 전엔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앞장서 달라"는 고객 주문을 수용해 현대차는 올 5월 하순 '도심 레이싱' 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현대·기아차의 '내수(內需) 점유율 70% 탈환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급상승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합산 내수 점유율이 10개월 연속 60%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고객과의 무한(無限) 소통'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가 이달 말부터 공식 블로그(blog.hyundai.com) 내에 'Talk H'란 코너를 신설하는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Talk H'는 오픈 인사이드, 실시간(實時間) 이슈, 오해와 진실 등 3개 세부 코너로 구성된다. '오픈 인사이드'에서는 상품과 광고를 담당하는 젊은 직원 10여명이 직접 고객을 상대로 현대차를 알리는 게시물을 올린다. '실시간 이슈'는 인터넷에 나도는 루머나 오해에 즉각 대응하는 게 임무다. '오해와 진실' 코너는 내수와 수출 차량 간 사양 역차별을 비롯해 현대차를 둘러싼 해묵은 이슈들에 대해 심층 분석과 정확한 사실 전달을 할 예정이다.

소비자 지적 가슴에 새기고… 17일 낮 서울 대치동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9층 복도에서 직원들이 '소통의 창'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대차의 '무한 소통' 대상에는 일반 고객 외에 적대적 감정이 많은 안티(anti) 고객까지 포괄한다. 현대차 안티 모임으로 유명한 '보배드림' 회원들을 한데 모아 현대차는 지난달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에서 신차(新車) 시승회를 가졌다.

김충호 사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그동안 외형 성장에 몰두하느라 고객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걸 인정하고 소통에 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현대차가 '내수 70%'를 회복하려면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더 큰 신뢰를 얻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