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성 "금융개혁·모험자본 활성화"…안심전환대출 계기로 서민금융정책 관심 높아져
"지난 한달간 금융개혁 시스템 구축, 이제는 성과내자"…"행사·위원회 너무 많다" 지적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한지 한달이 됐습니다. 한달이면 길지는 않지만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엔 충분한 시간입니다. 공식 행사 및 발언을 통해 지난 한달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금융위 직원들은 1년 같은 한달을 보냈다고 평합니다. "너무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에서 들립니다.

◆ 첫 과제로 금융개혁·모험자본 제시…안심전환대출 계기로 서민금융에 방점

일단 임 위원장의 취임사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핵심 키워드는 금융회사의 자율 존중과 금융개혁, 모험자본 활성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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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임 위원장은 금융 관료로서 소신에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임 시절 경험이 덧붙여져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합니다. 큰 효과가 없는 규제는 대대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해서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금감원을 선택하고 진웅섭 금감원장에게 '金融改革 渾然一體(금융개혁 혼연일체)'라는 글자가 새겨진 액자를 선물했습니다.

두번째 방문지는 한국거래소였습니다. 한국거래소 방문을 통해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등 모험자본 활성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모험자본이 창조경제의 싹을 틔울 것이라는 게 임 위원장의 생각입니다. 창업 열기가 살아난다면 고용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장 먼저 코넥스시장 활성화 방안부터 내놓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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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주는 금감원, 한국거래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끝나고(공식일정 기준), 그 다음주부터 임 위원장은 정신 없이 바쁜 일주일을 보내게 됩니다. 바로 안심전환대출 때문입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이거나 만기 때 원금을 갚는 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 대출자가 저리의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금융위가 설계한 상품입니다. 연 2.53~2.65%의 고정금리를 제시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안심전환대출은 취약한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상승기에 이자부담이 커지는 위험을 안고 있고, 만기일시상환 대출은 만기에 원금상환 부담이 극대화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되면 대출자의 금리 부담을 조금 높이는 조건으로 대출을 연장해주는 게 관행이어서 ‘이자만 내고 있는 만기일시상환’ 대출은 가계부채 규모가 줄지는 않고 늘기만 하게 만든 주범이었습니다.

일단 안심전환대출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후폭풍도 컸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당초 20조원으로 계획돼 있던 한도를 20조원 더 늘리기로 했고, 보완책도 내놓게 됐습니다. 관련된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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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 문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을 배제해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적하기는 했지만 안심전환대출 출시 과정에서 임 위원장 또한 서민금융 대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 듯 싶습니다. 임 위원장은 안심전환대출 2차 출시일이었던 지난달 30일, 간부회의에서 "안심전환대출 취급이 끝나면 모든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후 서민금융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고, 서민금융과 관련된 정책 방향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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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개혁 추진 위해 4개 조직 신설…현장점검반 호평 많아

임 위원장이 안심전환대출로 바빴던 시기, 금융위는 내부적으로는 금융개혁과 관련한 조직 신설에 속도를 냅니다. 임 위원장이 신설한 조직은 금융개혁회의, 금융개혁추진단, 금융개혁 자문단,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입니다. 이미 몇차례 기사를 쓰긴 했지만 아직 외부에서는 무슨 조직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일단 이것부터 명확히 아시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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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위원장은 지난 한달을 돌아보며 "금융개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기였고, 이제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내 금융당국의 제재 및 검사와 관련한 개선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모험자본 활성화 방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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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추진단과 관련해 가장 인기 있는 조직이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입니다. 금융회사를 찾아 직접 건의사항을 듣는 것인데, 이미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건의를 할지 내부적으로 TF를 구성해놓고 있는 금융회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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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 관심은 빅데이터 활용에 집중

최근 금융권이나 IT업계 일각에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임인 신제윤 위원장에 비해 핀테크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임 위원장은 무엇보다 빅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은행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사용 범위가 명확해지기를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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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의견 청취하는 금요회…가계부채·금융개혁·은행 애로사항·모험자본순

또 하나 임 위원장이 신설한 조직이 금요회입니다. 금요회는 업계 관계자를 불러 금요일 아침에 조찬모임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또 하나의 창구입니다.

금요회 순서만 봐도 임 위원장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모임은 가계부채가 화두였고, 두번째는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세번째는 안심전환대출이었습니다. 그리고 17일 열린 네번째 모임은 벤처캐피탈,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실무진과 가졌습니다. 모험자본 활성화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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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회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 금요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개선 사항을 주문하고 임 위원장이 "개선점을 찾아보겠다"고 화답하면서 끝이 납니다. 금융회사들은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회신해주고 있어 좋다"고 말합니다.

◆ “행사 너무 많다” 목소리도…금감원은 ‘혼연일체’ 표현에 거부감

임 위원장 취임이 결정될 당시 안팎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한달쯤 지나자 다른 분위기도 조금씩 감지됩니다.

일단 금융위 내부에서는 “위원장이 너무 현장만 주문하니 실제 규정이나 법안을 세세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임 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보고를 받을 때도 지난주 방문한 현장이 어디고 이번주엔 어디를 방문할 계획인지를 먼저 듣기로 하는 등 현장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금융업권에서는 행사나 TF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8일 BC카드에 비조치의견서를 전달할 때는 “원래 이메일로 송부하던 것을 무슨 행사까지 했느냐”는 목소리가 금융업권에서 나왔습니다.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당시 BC카드는 카드사 규제 방식이 네거티브(불허하는 사업만 나열하는 식의 규제)로 전환됐으니 전자고지결제업에 진출해도 되느냐는 요지의 질의를 했고, 금융위는 “해당 사업에 진출해도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혼연일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한 금감원 직원은 “ 금감원은 사안에 따라 금융위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협력이 우선이지만 경우에 따라 건전한 긴장관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