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면세점 총 매출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는 2013년 면세점 총 매출보다 21.6%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중 시내 면세점 매출은 5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2.2% 증가했을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해 면세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노마진 세일까지 하는 백화점이 나오는 상황에서 면세점 사업의 호황은 한국 유통업계의 숨통을 틔워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면세점 사업이 부상하면서 6월로 예정된 시내 면세점 특허권 입찰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기존 면세점 사업을 하던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은 물론이고 한화그룹, 현대산업개발그룹, 유진그룹 등 유통 관련 사업을 벌이거나 유통업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기업들도 상당수 출사표를 던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국 면세점 산업의 속내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점은 한국 면세점에 팔리는 물건 중 대다수가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면세점에서 찾을 수 있는 한국 제품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담배, 그리고 극소수의 패션 상품과 전자 제품 정도에 불과합니다. 화장품과 홍삼, 담배 정도를 제외하면 면세점 한켠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합니다.

면세점 업계는 새로 오픈하는 면세점의 경우 국산 브랜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기존 면세점의 경우 국산 제품 비중은 많아야 20~30%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합니다. 외국인들이 찾을 만한 국내 브랜드가 적어 비싼 임대료 등 비용을 생각하면 잘 팔리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많이 가져다 놓을 수 밖에 없다고 해명합니다.

출장길에 들렀던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공항 면세점 진열대가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진열된 상황과 극명하게 비교됩니다. 한국 사람으로 아쉬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국내 면세점에 진열대를 차지하는 해외 유명 제품이 많아질수록 해외로 유출되는 돈도 많아집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져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매출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한다지만 해외 유명 명품을 수입하느라 줘야하는 돈도 점점 많아 지는 것입니다. 돈은 벌지만 실속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재주는 한국기업이 부리고 돈은 해외 유명브랜드가 챙기는 꼴입니다.

해외 유명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서 제공하는 특혜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합니다. 인천 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루이비통 매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인천공항 공사는 올해 1월 진행한 면세점 재입찰에서 루이비통 매장을 유지하는 것을 입찰 참여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기껏 노력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공항을 만들어냈지만 그 곳을 채울 경쟁력 있는 국산 상품이 없어 다른 나라에서 만든 명품 브랜드를 애걸해 유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입니다.

한국의 유통업체들은 면세점 사업을 통해 돈을 벌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수익이 크지 않다고 핑게댈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면세점을 하는 대다수 기업들은 유통 관련 기업들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를 관계사로 거느리고 있습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관계사를 통해서 국산 제품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기업들입니다.

면세점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 대기업들이라면 쓸만한 한국 브랜드가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이 돼줘야 합니다. 하지만 면세점을 운영하는 국내 유통 관련 그룹 중 상당수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의 관계사인 대형마트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대다수 대형마트들은 잘 나가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로부터 PB(자체브랜드) 상품을 공급받아 팔고 있습니다. 생필품이 많아 면세점과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면세점에서도 팔리는 상품입니다. 대형마트들은 질 좋은 PB상품을 소비자가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제품의 짝퉁을 자기 손으로 만드는 셈입니다. 이른바 '갑'인 대기업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고도 하소연합니다.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PB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오리지날 제품은 판매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수익성이 떨어져 더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을 가진 제품을 개발할 여력도 사라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대형 유통기업들이 한국산 명품 브랜드 탄생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앞으로도 인천공항 면세점의 루이비통 같은 경우가 더 많아 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