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성 전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일할 당시 금융 당국 등을 통해 금융회사에 경남기업 지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서산시·태안군 의원으로 당선된 후 국회 정무위원을 지냈는데 이 시기에 경남기업에 대한 지원 압박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국회 정무위는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피감 기관으로 두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원회다. 감사원은 경남기업 지원과 관련한 외압 행사에 대해 지난 2월 금감원 감사에 착수했고 부당 지원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검찰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경남기업 특혜에 대해 금감원에 주의 내지 관련 인사 징계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 없는 대출해 달라" 요구
무리한 해외 투자와 건설 경기 침체로 경남기업은 성 전 회장이 인수한 후 2009년, 2013년 두 차례 2·3차 워크아웃(1차 워크아웃은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1998년)에 돌입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을 통한 외압과 특혜가 집중된 시기는 두 번째 워크아웃 즈음인 2013년이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2009년 워크아웃에서 빼달라고 은행장들을 설득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경남기업이 계속 휘청하자 자금줄을 확보하려고 국회의원이 됐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로 국회의원이 된 후 경남기업을 살리려고 적극적으로 뛰었다"고 했다.
2013년 워크아웃 당시 주채권 은행이었던 신한은행을 포함한 수출입·우리은행 등 채권단 임원과 금융 당국 관계자 10여명에게 당시의 상황을 물어본 결과 성 회장은 담보 없는 대출을 해달라거나 워크아웃 대상에서 빼달라는 등 무리한 지원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한 전직 은행장은 "성 전 회장이 정무위원을 하는 2년 내내 시달렸다"고 했다. 그는 "3차 워크아웃 도입 직전에 무작정 만나자고 하더니 '내가 지금 담보는 없는데 기본적으로 운영자금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곤란하다는 티를 내자 성 전 회장은 '자금 지원 방법을 당장 연구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니 '의원회관에 ○시까지 오라'고 세 번 일방적으로 약속 시간을 정하고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감 기관인 금감원 통해 압박도
정무위원이라는 자리를 활용한 성 전 회장의 직간접적인 압박은 결국 무리한 대출과 과도한 지원으로 이어졌다. 2013년 10월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전 경남기업은 이미 부분 자본 잠식 상태였다. 2012년 230억원이었던 순손실이 2013년 3395억원으로 불어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다른 채권 은행과 함께 3차 워크아웃 직전에 900억원을 경남기업에 대출해줬다.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채권단은 1000억원을 출자 전환하면서 주식을 할인 없이 액면가(5000원)에 받았을 뿐 아니라 무상 감자(주식 소각)를 하지 않았는데도 경영이 정상화할 경우 성 전 회장이 주식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주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성 전 회장은 은행에 직접 연락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정무위 피감 기관인 금융감독원을 활용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는 경남기업의 주채권 은행인 신한은행에 경남기업 실사 결과를 중간 보고받는 자리에서 대주주인 성 전 회장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당시 실사를 맡았던 회계 법인이 워크아웃 승인을 앞두고 제출한 보고서에 '대주주 무상 감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을 때 금감원 관계자가 성 의원 측 의견을 받아들이라는 의견을 전달해 무상 감자 관련 문구가 삭제됐다고 파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당시 경남기업이 완전 자본 잠식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상 감자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당시 대출 관련 서류를 다시 검토했지만 불가능한 지원을 해준 것은 아니라고 파악됐다. 금감원과 의견을 나눴다고 해서 무조건 압박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