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대표 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를 은행에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금리가 1%로 내려가면서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ELS가 예전에는 은행 상품만 가입하던 사람에게도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갑자기 '특정금전신탁'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원래 은행에서는 투자 상품인 ELS를 직접 팔 수 없기 때문에 특정금전신탁이라는 형식을 빌려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서만 잔액이 20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금전신탁 올해 20조원 넘게 증가
특정금전신탁은 한마디로 '껍데기'다. 증권사와 달리 은행에서는 국공채나 ELS 등 장외 파생 상품을 가입할 수 없는데, 여기에 특정금전신탁이라는 껍데기를 덧씌워 가입한다. 예컨대 ELS에 가입하고 싶으면 특정금전신탁에 돈을 넣으면서 'ELS에 투자해 주세요' 하는 방법이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편입하는 특정금전신탁은 2013년 동양그룹 위기 영향으로 인기가 주춤해졌지만, ELS는 시중은행들의 적극적인 고객 유치 활동에 힘입어 증권사보다 빠른 속도로 판매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으로 증권, 은행, 보험사에서 판매한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295조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273조원이었는데 불과 석 달 만에 2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특정금전신탁이 증가했던 것은 위안화 예금 때문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궁상(工商)은행·중궈(中國)은행 등 대형 중국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채권을 기초로 한 파생 상품을 만들고 이를 은행에서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팔았는데 인기가 좋았다. 국내 은행의 예금보다 금리가 0.5~1.0%포인트 높아서다.
하지만 최근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ELS다. 올해 국민은행은 판매한 ELS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다. 하나은행·신한은행·외환은행도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1조원 이상을 판매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전체 ELS 판매 잔액은 올해 20조원 정도로 집계됐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하자 예·적금 이자에 실망해 이탈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은행에서는 ELS를 편입한 특정금전신탁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통 ELS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한 것을 ELT(주가연계신탁)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정기예금은 세금을 떼고 나면 고객이 가져가는 수익이 거의 없다"면서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간 이후로는 예·적금 문의가 뚝 끊기고 상품 구조가 약간 복잡하더라도 고수익을 주는 상품을 추천해달라는 문의가 부쩍 늘어서 ELS를 많이 추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판매한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2012년까지만 해도 100조원을 밑돌다가 매년 10조~20조원씩 늘어 올해는 140조원이 넘었다. 지난해 말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는데 모든 판매사를 통틀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판매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월 47.2%에서 올해 1월 47.9%로 확대됐다.
증권사에서 직접 ELS에 가입하는 것과 가장 큰 차이는 여러 증권사에 발품을 팔지 않아도 은행 영업점 한 곳에서 원하는 상품에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증권사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원금 손실 나도 금융회사가 책임 안 져
특정금전신탁은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상품이다. 은행이 파산해도 원리금 5000만원까지 정부가 보호해주는 제도가 이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증권사에서 ELS에 직접 가입할 때와 투자 위험이 비슷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가지수가 일정 구간을 벗어나면 투자 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T는 사실상 파생결합증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복잡한 상품 구조와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가 정확히 이해한 뒤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