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땅 밑에 얼지 않은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13일(현지 시각) 과학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가 보내온 자료에서 화성 지표 아래 약 50㎝ 지점까지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얼지 않은 물이 있으면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1965년 이후 40대가 넘는 우주 탐사선이 화성을 탐사했지만, 액체 상태의 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화성의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 상태의 물만 확인됐고, 액체 상태의 물은 흘렀던 흔적만 발견됐었다.

2011년 NASA가 발사한 큐리오시티는 2012년 8월 화성에 착륙해 화성의 적도 근처에 있는 샤프 산과 게일 분화구 등을 탐사 중이다. 탐사 로봇은 레이저로 지표면을 5㎝가량 굴착, 각종 토양 샘플을 채취해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연구팀은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지표면 아래의 토양 샘플 자료에서 '과염소산염(過鹽素酸鹽)'이 녹아있는 액체 상태의 물을 발견했다. 염기성을 띤 성분인 과염소산염은 지구의 바다나 사막, 암석 등에서도 발견된다.

화성의 물은 밤에만 생겼다. 밤에는 화성의 대기가 식으면서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 땅 속으로 스며들어 과염소산염이 녹아있는 물이 된다. 하지만 낮이 되면 지표면이 뜨거워지면서 물이 증발, 과염소산염 결정만 남는다. 화성의 적도 부근은 기온이 영하 60도에서 영상 20도까지 큰 폭으로 변화한다.

연구팀은 낮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과염소산염으로 인해 '어는점 내림' 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수한 물의 어는점은 0도지만, 과염소산염이 녹은 물은 어는점이 더 낮아진다. 연구를 이끈 하비에르 토레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교수는 "생명체가 살기에는 낮은 온도지만, 물이 있다는 것은 생명체가 한때 살았거나 살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염소산염의 존재가 화성 생명 탐사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칠레의 아타카마 지역 등 혹한 환경에서 과염소산염만 먹고 사는 미생물이 발견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당장 화성에 생명이 없더라도, 지구에서 이런 종류의 미생물을 화성으로 보내 번식하게 하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에 좀 더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