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호텔신라와 면세점 사업에 공동진출하면서 범현대가의 면세점 사업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 1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면세점 사업 진출 선언하는 자리에서 "정지선(현대백화점 회장) 회장과는 평소에도 자주 통화하는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이 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헌해온 터라 당숙과 조카의 '집안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셋째 아들인 정몽근 회장의 장남이다. 정몽규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셋째 동생인 정세영 회장의 장남이다. 따라서 정지선 회장에게 정몽규 회장은 조카뻘인 셈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월 현대아이파크몰의 2020년까지의 발전 청사진을 담은 '비전2020'을 선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면세점 사업에 공동진출했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가(家) 호텔신라와 손을 잡았다.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함께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신고를 하고 시내면세점 사업 공동진출에 나선다고 12일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이 일부 협업을 실제 논의했으나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서로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무역센터점을 선정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이 있는 코엑스 단지가 외국인 관광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몰로 면세점 부지를 확정하고 '관광 허브형 면세점'이라는 구체적인 콘셉트를 정하면서 협업이 불발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용산이 서울 중심에 위치한 점과 더불어 KTX·지하철 1·4호선이 지나는 편리한 교통편을 강점으로 보고 있다. 또 공항철도 연결이 추진 중인 것도 유리한 요인이다. 또 기존 강북지역 면세점이 주차 문제를 겪는 것을 감안해 아이파크몰 뒤편 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파크몰로 입지를 이미 확정하고 진출한 현대산업개발과 기존 사업장을 면세점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했던 현대백화점과 협업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직접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현대산업개발이 현대백화점과 경쟁을 피한 '신의 한 수'였다는 분석도 있다. 면세업계에서는 대기업 몫 시내 면세점 2곳은 강남과 강북지역에 각각 한 곳씩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강남 1곳, 강북 1곳을 각각 내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강남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한 현대백화점그룹과 강북인 용산을 선정한 현대산업개발이 직접적인 경쟁을 피했다는 얘기다.

한편 서울 시내 면세 사업 입찰은 오는 6월 진행된다. 관세청은 6월 1일까지 각 기업 신청을 받는다. 관세청은 7월이 가기 전 서류 검토와 심사를 마치고 신규 사업자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