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같은 ××× 회사 때문에…. 실적이 ××이었던 것도 아니고 회사는 괜찮았는데….”

“앞으로 15일 이내에 답이 나오겠죠 상장폐지만 안되면 좋겠습니다. 얼마 안되는 투자 금액이지만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을덴데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께요.”

8일 PC 하드웨어 부품 전문기업인 잘만테크주주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한때 시가총액이 1000억원대에 육박했던 코스닥 상자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소액 주주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나왔다.

잘만테크는 이날 장 마감 후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에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접수했으나 상장폐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10년 3D테마주 대표주로 꼽히며 승승장구 하던 잘만테크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 묘수가 악수로…PC하드웨어 3D 대표주의 몰락

잘만테크는 지난 1999년 설립된 컴퓨터용 하드웨어 전문 업체다. 냉각장치(클러)를 주력제품으로 성장을 거듭해오다 2007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한 이듬해 ‘오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고 2009년엔 벤처기업협회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수상할 정도로 전도 유망한 회사였다. 주가도 상승 곡선을 탔다. 2010년 5월 9700원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잘만테크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1년부터다. PC산업의 성장이 주춤해지던 차에 투자했던 파생금융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회사가 휘청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 위기에 빠진 잘만테크의 구원투수로 모뉴엘이 등장했다. 당시 ‘히든 챔피언’에 선정되며 승승장구하던 모뉴엘은 2011년 7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잘만테크를 인수했다.

처음엔 두 회사 모두 윈윈하는 듯 보였다. 인수 뒤 잘만테크의 영업이익은 2011년 14억원에서 2012년 22억원, 2013년 54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주식 투자자들은 잘만테크의 영업 환경이 나빠져도 모회사인 모뉴엘이 든든히 뒤를 받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황은 갑자기 변했다. 2014년 10월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이후 2009년부터 허위로 수출을 보고하고 대출 사기와 함께 분식회계까지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법원은 결국 지난 12월 모뉴엘에 파산을 선고했다.

단순한 모회사의 위기가 아니었다. 모뉴엘이 해준 600억원 규모의 지급 보증이 발목을 잡더니, 회계부정설이 불거지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감리도 받았다.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이 한순간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것이다. 주가는 1800원대에서 500원 밑으로 떨어졌다.

◆ 증시 퇴출 가능성 높아..소액주주 피해 우려

잘만테크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감사의견 범위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의견거절’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계속 영업활동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 측은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의 신청을 받긴 했지만 상장폐지를 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해야 상장 유지가 가능한데, 이를 위해선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재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재감사에서 다른 결과를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재감사를 받더라도 회계 자료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 이상 감사 의견이 변경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했다.

실적이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외부감사인 교체 후 지난 3월 나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잘만테크는 201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275억원으로 전년(36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잘만테크의 소액주주는 5460여명, 보유 주식수는 1165만6339주(36.19%)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