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는 4월1일부터 은행권 처음으로 총 1억3000만원의 상금을 걸고 핀테크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핀테크 선도 은행'을 내세우고 있는 기업은행도 8일부터 비슷한 내용으로 핀테크 경진대회를 개최해 아이디어를 공모하기 시작했다. 총상금도 7900만원에 달한다.

핀테크 경진대회는 한달여간 핀테크 사업과 아이디어를 모집한 뒤,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고르고 해당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상품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술이나 아이디어만 있고 자금이 없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취지다.

은행권의 핀테크 경진대회를 보면서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등이 '한국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를 육성하겠다며 청년 창업 희망자들의 사업계획서를 받아 지원금을 내줬던 것이 떠올랐다. '창조경제' 기치를 내걸고 이름도 엇비슷한 창업 진흥 공모전이 잇따랐었다.

당시 창업 자금이 절실했던 지원자들은 사업 아이디어를 담은 사업계획서를 1장으로 요약해 제출했다가 프리젠테이션도 못 해보고 떨어지기 일쑤였다. 정부는 일반 초기투자자(엔젤투자자)들과 다르게 창업 지원자의 사업계획서를 중심으로 역량을 평가해 지원금을 내준다. 이 때문에 사업계획서를 '얼마나 정성들여' '눈에 띄게' '많이 썼냐'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정부 창업지원금을 여러 차례 놓치고 이후 초기투자자를 만나 앱 회사를 창업한 한 취재원은 "정부의 자금 지원은 창업에 큰 힘이 될만한 의미있는 것이었지만 사업계획서 위주로 평가하다 보니 사업내용, 사업의 현실화 가능성, 창업가 자질 등은 무시되기 일쑤였다"며 "사업계획서를 예쁘게 잘 만드는 사람들이 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원금에만 관심이 있고 실제로 창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도 잇따랐다.

여기에는 '비'전문가인 교수들이 주로 정부 지원금 심사를 맡았던 탓도 있었다고들 분석한다.

은행권의 핀테크 경진대회가 '쇼잉(showing·보여주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선 서류위주의 심사를 탈피하고 실제 사업화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 핀테크 전담 임원만 가지고는 안 되고 핀테크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행히도 기업은행은 핀테크 경진대회를 후원하는 금융위원회나 한국인터넷진흥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한국핀테크포럼에서 외부 자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황승익 한국NFC 대표,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 등 최근 선정한 IBK 스마트금융 자문위원 중에서도 일부를 외부 심사위원으로 초빙하려고 한다.

핀테크 경진대회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메뉴에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처럼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은 곤란하다. 핀테크 경진대회를 통해 제2의, 제3의 저커버그가 쏟아지고 성공 스토리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