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국내 건설업계에 중동(中東)으로부터 희소식이 날아왔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N PC)가 발주한 최대 140억달러(약 15조3000억원) 규모 신규 정유 공장 프로젝트(NRP) 입찰에서 한국 기업들이 낙찰자로 선정됐다는 것. 이 프로젝트는 올해 중동에서 나올 플랜트 공사 중 가장 규모가 커 유럽·일본 등 선진국 건설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업계에서는 우리 기업이 입찰 전쟁에서 승리한 요인으로 '코업(co-operative)'을 꼽았다. 실제 한국 기업들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SK건설, 현대중공업 등 10여곳이 참여했지만 모두 짝짓기 방식을 선택했다. 단독 입찰한 곳은 없었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솔직히 과거처럼 혼자 다 먹겠다고 단독으로 저가(低價) 공세를 벌였다면 공멸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단독 수주 전략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합작 수주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주의 절반 이상이 합작이다. 중동 일변도였던 수주 대상 지역도 다변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가 탄탄한 아시아와 중남미 수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出血 경쟁 막자…합작 수주 급증
2013년 이후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국내 기업들의 짝짓기 수주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기업끼리의 해외 공사 합작 수주는 총 370억달러로 전체 수주액(660억달러)의 56%를 차지했다. 그동안 업체 간 출혈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중동의 합작 수주액도 2012년 71억달러에서 2013년 92억달러, 지난해 184억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발주했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 공장(공사 규모 60억4000만달러)의 경우 현대건설(26.5%), 현대엔지니어링(11%), GS건설(37.5%), SK건설(25%) 등 4개사가 공동으로 따냈다. 쿠웨이트 정유 공장 공사도 GS건설과 SK건설, 현대중공업, 대우건설 등 우리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120억달러 중 71억달러어치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합작 수주는 10억달러 이상 초대형 플랜트 공사에서 많이 이뤄지고 수주 지역은 중동에 몰려 있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상무는 "2012년 이후 대규모 중동 공사에서 어닝 쇼크를 경험했던 국내 건설사들이 과당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합작 수주를 늘리고 있다"면서 "조(兆) 단위 이상 대형 공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금융 조달 등에서도 입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중남미로 다변화
해외 건설 시장에 나타나는 또 다른 트렌드는 '탈(脫)중동' 현상이다. 중동에 이어 대표적인 달러 박스로 떠오르는 지역이 아시아와 중남미다. 올 1분기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49억달러로 1년 전(23억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별 수주액 순위에서도 중동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남미도 4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억달러)에 비해 400% 급증했다. 3월 말 현재 국가별 수주액 순위도 베네수엘라가 26억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21억달러)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고 베트남(19억달러)과 칠레(12억달러)가 3, 4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교량·지하철·항만 등 대형 토목공사와 발전소, 중남미는 석유화학 플랜트와 발전소가 각각 주력 수주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원재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중동에 치우쳤던 수주 지역이 아시아와 중남미까지 확대되면서 해외 건설 수주 기반이 더 탄탄해지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수주 사절단 파견과 금융 지원 확대를 통해 우리 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