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철강기업인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가 합병한다. 현대제철은 8일 이사회를 열고 자동차강판가공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를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다음 달 28일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올 7월 1일까지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현대제철은 자산 규모 31조원, 매출 20조원대의 세계 8위 종합 철강 회사로 도약한다. 또 포스코에 버금가는 종합제철소 설립이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숙원(宿願) 사업이 완성된다는 의미도 있다. 종합제철소는 쇳물에서 철강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제철소로 한국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두 곳뿐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합병을 통해 자동차 강판 경량화(輕量化)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하이스코가 해외 9개국에서 운영하는 13곳의 강판가공센터를 활용해 글로벌 자동차 강판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고위 임원은 "정체 상태에 빠진 국내 철강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합병

이번 합병 발표는 세계 철강업계에 불고 있는 구조 개편 흐름과 일치한다. '몸집 키우기'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당진제철소에 2010~2013년 1∼3기 고로(용광로)를 잇달아 건설하면서 일관제철소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고로→열연강판→냉연강판' 등 철강 생산을 담당하고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제철 등에서 냉연강판을 구입해 미국, 중국, 인도, 체코, 러시아, 브라질 등에 있는 가공센터에서 강판을 가공해 현지 자동차 공장에 공급해왔다.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완전 합병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자동차용 소재에서 완성차로 이어지는 사업 수직계열화의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제2 고로에서 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영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게 됐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해외 생산 물량이 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강판 조달이 더욱 원활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물량은 총 441만대로 전체 생산량 800만5000대의 55%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까지 해외 생산 비중을 61%까지 올릴 예정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계열사 간 중복 기능 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소재(素材) 기술력과 현대하이스코의 가공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철강업계 구조개편 가속화될 듯

국내 철강업계 구조개편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작년 동국제강은 경영효율화를 위해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합병하기도 했고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며 주력사업인 특수강분야에서 세계 최대 철강사 중 한 곳으로 발돋움했다. 작년 12월 동부제철 채권단은 가동할수록 손해가 나는 동부제철 당진 전기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철강업계의 맏형인 포스코는 "포스코만 빼고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몰리브덴 같은 광물, 플랜트제조 등 비핵심 사업부에 대한 구조개편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의 계열사 수는 2012년 71개에 이르렀다가 올 들어 51개로 줄었다. 앞으로 계열사 간 합병 등을 통해 30~40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제철 사례 같은 자발적 인수·합병은 철강 산업이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방증"이라며 "글로벌 경쟁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업체마다 몸집을 더 키우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