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벤처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인사 뉴스가 있었습니다. 게임 개발·판매사 네시삼십삼분(이하 4:33)이 유명한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영입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박영호 수석 팀장. 4:33에 대한 투자 심사를 직접 맡기도 했던 그는 오는 20일부터 4:33의 최고정보담당 책임자(CIO)로서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 업무를 총괄하게 됐습니다.

박 수석 팀장의 이직에 대해 많은 벤처 및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뜻밖의, 과감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4:33을 비롯해 카카오·록앤올(내비게이션 '김기사' 개발사)·액션스퀘어(모바일 게임 '블레이드' 개발사) 등 그가 초기 투자를 심사한 회사 중 상당수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죠. 벤처캐피털이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게 되면 일정 부분은 투자의 책임 심사역에게 수수료로 돌아가게 되는데, 퇴사하면 이를 포기해야만 합니다.

박 팀장이 카카오 투자를 통해 받을 수 있었던 수수료는 공개된 적이 없지만, 세금을 제외하고 대략 10억원 정도였을 것으로 벤처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합니다. 4:33이 수십억원 수준의 스톡옵션 부여를 약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벤처기업에 새 둥지를 트는 금융 업계 종사자가 늘고 있습니다. 금융계에서 일하다 벤처기업을 직접 창업한 사례나 역으로 창업 경험을 살려 금융 회사에 취직한 사례는 그간 적지 않게 봐왔으나, 금융권 종사자들이 이미 설립된 벤처의 임직원으로 합류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4:33은 앞서 지난해 7월 박재석 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CFO(부사장급)로 영입했습니다. 1995년부터 약 20년 동안 증권 업계에 종사한 정통 증권맨이었던 만큼 당시 인사도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이 많았죠. 그는 현재 4:33에서 상장 준비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벤처 지주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도 최근 금융권에서 전문 인력을 영입했습니다. 벤처캐피털인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일했던 김찬윤씨를 딜(deal)팀의 팀장으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2년 간 근무한 김서윤씨를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스카웃했습니다.

'공룡 벤처' 옐로모바일은 최근 글로벌 기업 CFO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 자리에 앉혀 화제가 됐습니다. 기디언 유 신임 사외이사는 글로벌 인터넷 업체인 야후와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CFO를 맡은 바 있고 벤처캐피털인 코스라벤처스·세쿼이어캐피탈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직업 종사자들이 벤처 기업에서 새 둥지를 트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창업 열기가 그만큼 뜨겁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벤처 붐이 대단하다고 말하긴 쉽지만, 괜찮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다 모두 포기하고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최근 들어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걸 보면 '벤처가 대세'라는 말이 더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감한' 이들의 선택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듯 했는데, 의(疑)보다 부러움 섞인 신(信)이 더 많이 느껴졌다면 기분 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