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잠정 타결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란 시장에서 적잖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건설, 석유화학, 자동차, 전자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엔(UN)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경제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은 3위를 차지한다.

석유 매장량은 1370억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에 이른다. 인구는 중동 국가 중 가장 많은 8080만명에 달한다. 경제 제재로 위축됐던 경제가 석유 수출을 기반으로 궤도에 오르면 '이란 특수'가 쏟아질 것으로 국내 기업들은 보고 있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수출 60억7800만달러, 수입 113억3300만달러에 달했지만 경제 제재 영향으로 급격히 줄어 지난해에는 수출 29억9700만달러, 수입 37억 4600만달러로 내려 앉았다.

건설 업종은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기 전인 2010년만 해도 이란은 6번째로 큰 해외 건설 시장이었다. 1975년 첫 진출 이후 2010년까지 이란에서 수주한 금액은 119억달러에 이른다. 2009년에는 이란 남부 해안의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사상 최대인 24억9200만 어치의 수주를 따냈다.

건설업계는 제재가 풀리면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도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해 1065억달러였던 이란 건설 시장이 올해 1283억달러, 내년 1544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중동실장은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이 원유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기 시작하면, 그동안 낙후된 채 방치해야 했던 전력, 교통, 주택 분야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 지사를 운영하면서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재진출을 준비해왔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란에서 사업 발주가 본격화되면 가격, 기술, 공기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국내 건설사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2009년 13억9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플랜트 공사를 따냈지만, 이듬해 경제 제대가 본격화되면서 사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자동차·가전 등 내구 소비재 산업도 이란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자동차는 2011년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7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1년까지 2만대 안팎의 완성차를 이란에 수출하다 2012년부터 수출을 중단했다. 기아자동차는 이란 사이파사와 합작으로 소형차 프라이드를 현지 조립생산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홍정화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수출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산 가전 제품도 이란에서 최고급품으로 인기가 높아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자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업체의 이란 가전 제품 시장 점유율은 70~80%에 달했다. 2009년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이후 사실상 수출이 중단된 철강 제품도 적잖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등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던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2011년 이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박영훈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콘덴세이트(초경질유) 등 이란에 풍부하게 매장된 가스 수입도 2016년 이후 늘어날 가능성인 높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몇 해 전 방영된 국내 드라마 '주몽'이 85%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의 소비 수요가 늘어나면 국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 수석연구원은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소비재 등에서 새로운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