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바닥 청소는 대다수 부부가 피하고 싶어하는 가사(家事) 노동이다. 곳곳에 진공청소기를 끌고 다니며 수차례 전원코드를 뺐다가 다시 꽂아가며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최근 무선 진공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을 내놨다. 제품의 특징은 두 가지다. 전원 선(線)이 없다는 것과 청소기가 알아서 졸졸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무선 청소기가 있었지만 유선 제품에 비해 영 미덥지 못했다. 배터리로 구동되는 탓에 흡입력이 유선 청소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사용 시간도 짧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선 청소기는 보조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코드제로 싸이킹의 겉모습은 일반 진공청소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손잡이와 본체가 달려 있고 전원 케이블만 없을 뿐이다. 막대형으로 생긴 기존 무선 청소기와 다르다.

먼지가 뽀얀 마룻바닥에 청소기를 놓고 손잡이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순간 강력한 '위이잉' 소리와 함께 먼지와 머리카락을 빨아들였다. 유선 청소기를 쓸 때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기에 쓰이는 모터 기술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적용해 유선 청소기와 유사한 흡입력을 낸다"고 설명했다. 4시간 충전하면 일반 모드로 최대 40분간, 강(强)모드에서도 17분간 쓸 수 있다. 집 안은 물론 자동차에 가져가서 시트와 바닥 매트까지 속 시원하게 청소할 수 있다.

재미있는 기능은 청소기를 끌지 않아도 본체가 알아서 졸졸 따라오는 '오토 무빙(auto moving)'이다. 청소기 본체에 달린 세 개의 초음파 센서와 손잡이 부분에 달린 센서가 실시간으로 거리를 감지한다. 손잡이와 본체가 1m 이상 벌어지면 곧장 바퀴 부분에서 '이이잉' 소리가 나면서 본체가 쪼르륵 따라온다. 일부러 식탁과 TV받침대 곁으로 청소기를 끌어 보니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진 못했다. 다만 어딘가에 부딪히면 후진해 다시 길을 찾았다.

마치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하지만 굳이 이걸 자동화할 만큼 청소기 끄는 게 힘든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LG전자 관계자는 "남성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주부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청소기를 끄느라 어깨와 허리·팔에 부담이 간다는 의견이 많다"며 "한 대학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오토무빙 제품을 써보니 허리 부담이 30%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디자인은 준수하다. 짙은 회색 몸체에 곳곳에 크롬도금을 해 세련된 자동차 같은 느낌이 든다. 어딘가 부딪힐 것 같은 부분엔 바느질한 가죽 느낌의 소재를 덧댔다. LG전자는 "처음으로 '프리미엄'이란 수식어를 붙인 청소기"라고 했다.

가격은 다소 높다. 출고가는 119만원이고, 온라인 최저가도 90만원 선이다. 오토무빙 기능을 뺀 보급형 제품은 60만원대다. 소비자가 '편리한 청소'의 가치를 얼마로 보느냐가 판매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