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짜증나 죽겠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주말에도 삐릭삐릭 울려대는데 진짜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요."
C대리가 푸념을 늘어놓는다. 얼마 전에 한 SNS에 개설된 부서원 단체 채팅방 때문에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부서의 화합과 부서원들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팀장에 의해 개설된 이 단체 채팅방은 언젠가부터 공사(公私)의 구분이 없어진 것은 물론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부서원 20여명의 대화가 날아들고 있다.
물론 이 채팅방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초기엔 업무 정보 및 부서 주요 일정 공유 등의 창구로 운영되며 나름대로 생산적인 기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뒤늦게 이 단체 채팅방의 신기함과 재미에 빠져든 일부 40대 아저씨와 원래부터 맛집 사진과 여행 사진 등을 공개하며 사생활 노출욕이 있던 일부 직원의 주도로, 지금은 아저씨들의 시답잖은 농담과, 어딘가에서 베껴온 일명 '증권가 찌라시'들과, 자신의 취향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올리는 맛집 사진, 여행 사진, 공연 사진 등으로 도배되고 있다. 앞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야 신이 났지만, 굳이 사생활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직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메신저 알림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기야 C대리는 메신저의 수신 알림 설정을 꺼버렸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에 관심도 없고,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부서 단체 채팅방이라 탈퇴를 하지는 못하니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되었다. 퇴근 후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을 잡은 C를 팀장이 나무란다. "야, 오늘 회식 있다고 아침에 채팅방으로 얘기했잖아. 너 채팅방 안 봐? 넌 우리 부서원 아냐?" 채팅방을 확인하지 않아 회식 정보를 알지 못한 C는 결국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해야 했고,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선배님, 이게 소통이에요?"
각종 SNS의 범람으로 정보를 구하는 것보다 정보에서 떨어져 있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다. 진정한 소통은 사생활을 꼬치꼬치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말이 많다고,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