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우리를 찾은 고객사(社)는 전 세계에서 31곳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객들은 한 번에 수백억원을 아낌없이 냅니다. 로켓은 언제든 폭발해,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으니 위험한 거래죠. 우리 사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 그 자체입니다."

스테판 이스라엘(Israel·45) 아리안스페이스(arianspace)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프랑스 파리 인근 레 뮤로(Les Mureaux) 아리안스페이스 공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럽이 자랑하는 최고(最高)의 수출 기업"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위성 발사 업체 아리안스페이스의 스테판 이스라엘 CEO는“과거 유럽은 우주개발 경쟁에서 낙오했지만 지금은 미국과 러시아도 아리안스페이스에 위성 발사를 의뢰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1980년 유럽 각국의 우주 연구소와 기업들이 설립한 아리안스페이스는 세계 최초의 위성 발사 대행 업체이다. 각국이 개발한 위성을 자사의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업무다. 아리안스페이스는 대형 위성을 지구 상공 3만6000㎞ 정지 궤도(위성이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이 돌 수 있어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궤도)까지 올려놓는 '아리안5(Arian 5)', 중소형 위성을 지구 500㎞ 궤도로 쏘아 올리는 '소유즈(Soyuz)'·'베가(Vega)' 등 3종류의 로켓을 운용한다. 지금까지 251기의 로켓으로 502대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미국의 오비탈·스페이스X, 다국적 업체 C런치, 러시아 드네프로 등이 경쟁하고 있는 상업 위성 발사 시장에서 아리안스페이스의 점유율은 50%를 웃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3대의 위성을 발사, 13억9900만유로(약 1조 6770억원)를 벌었다. 현재 발사 대기 중인 위성도 29대다.

이스라엘 CEO는 엘리트 관료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판사로 일하다 2007년 우주법 개정을 주도하며 우주 산업과 인연을 맺었고, 2013년 아리안스페이스 CEO가 됐다.

그는 "1980년 당시 유럽은 미국과 옛 소련이 벌이는 우주개발 경쟁에서 낙오자였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위성 발사라는 미개척 시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세상에 없던 위성발사 대행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미국과 러시아도 아리안스페이스에 위성 발사를 의뢰한다. 한국도 주요 고객이다. 2010년 우리나라 천리안 위성이 아리안 5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2018년과 2019년으로 예정된 우리나라의 정지궤도복합위성 2A·2B호도 아리안스페이스가 발사한다.

이스라엘 CEO는 아리안스페이스의 경쟁력을 '신뢰'라고 밝혔다. 아이를 아무한테나 맡기지 않는 것처럼, 위성을 아무한테나 쏘아달라고 의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수천억원을 투자한 위성이 잘못되는 것보다 끔찍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2005년 이후 지금까지 100여 차례의 로켓 발사를 모두 성공시켰다.

레 뮤로 공장에서는 동시에 5~6대의 로켓이 제작된다. 꾸준한 계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제작 방식이다. 독일·이탈리아·스위스 등에서 만들어진 로켓의 부품들이 레 뮤로 공장에서 조립되는 모습은 마치 자동차 공장의 조립라인을 크게 키워놓은 듯한 모습이다. 완성된 로켓은 남미 프랑스령 가이아나에 있는 발사장으로 옮겨져 우주로 향한다.

컨설팅 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155기의 위성이 발사될 전망이다. 273조원 규모다. 발사 비용은 27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민간 우주 업체 스페이스X가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 CEO는 "스페이스X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도전하고 있지만,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신뢰가 있고 기술적으로도 우위"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한국형 우주발사체를 개발, 2030년 이후 위성 발사 대행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위성이 필요하지만 개발 능력이 없는 국가들에 위성과 로켓을 동시에 판다는 구상이다. 이스라엘 CEO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중국·인도 등 잠재적 경쟁자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우리도 후속 로켓인 아리안 6 로켓을 2020년까지 개발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