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미세먼지가 서울 하늘에서 좀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던 지난달 22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덴마크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2025년이면 세계 인구의 60%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수자원을 깨끗이 유지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현장을 둘러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덴마크 이름을 단 각종 유제품 때문일까요? 덴마크는 그저 대자연의 축복을 받은 타고난 환경선진국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개발과 성장이 모든 가치에 우선했던 19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그러했듯, 덴마크에도 오염된 산업폐기물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악취로 몸살을 앓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20세기 최고의 장난감' 레고를 만든 덴마크의 혁신 에너지는 환경분야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정부부처를 만들었고, 체계적인 지하수 자원 관리와 버려지는 물(하수슬러지)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등, 깨끗한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에 민관 산학이 합심해 힘을 보탰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덴마크 어디에서도 수도꼭지에 입만 대면 양질의 식수를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시도 '아리수'라는 이름으로 수돗물을 식수로 공급하고 있긴 하지만 마치 와인 품평회를 하듯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수돗물 브랜드를 뽑는 대회를 열고, 이 대회를 해마다 성황리에 개최되는 축제로 만든 덴마크와는 아직 (수돗물 맛에서도)격차가 있어 보입니다.

항구로 이어지는 운하의 수질이 개선됐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운하를 흐르는 물을 그대로 끌어와 사용하는 야외 수영장을 항구 인근에 만들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창조적 아이디어만 가지고 변화를 이뤄낼 수는 없습니다. 덴마크가 환경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국민의 신뢰와 협조, 노력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영국의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19개국의 상수도요금 비교(2012년 기준)를 보면, 덴마크의 상수도요금은 1㎥당 3.91달러로 가장 비쌌습니다. 1㎥에 0.58달러인 우리나라의 7배에 이르며, 같은 유럽의 영국보다고 두 배 가까이 비싼 요금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은 2013년 연간 282ℓ로 덴마크(188ℓ)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덴마크가 1970년대 초 1%에 불과했던 에너지 자급도를 2007년 132%까지 끌어올리며 '에너지 독립'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도 어지간한 거리는 묵묵히 페달을 밟으며 출퇴근하는 '자전거의 도시' 코펜하겐 시민의 인내심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세금과 소득, 복지수준과 지형(코펜하겐은 언덕이 거의 없어 자전거 이동에 용이합니다)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덴마크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에너지 자급을 이룬 후에도 2050년까지 '화석연료 없는 사회'를 만든다는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부와 기업, 국민이 각자의 분야에서 같은 방향으로 힘을 보태는 덴마크의 모습을 보면서 '인내와 노력 없는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환경 분야의 특성상 더욱 그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