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기업업황지수, 사고 이전 수준 회복 못 해
실물 지표 악화…작년 성장률, 전망(4%대) 미치지 못한 3.3%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고 이후 사회적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며 기업 행사와 단체 모임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소비가 줄었고, 이 때문에 2013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기 회복세가 크게 꺾였다.

당초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로 2분기 소비가 위축되겠지만, 미뤄뒀던 경제 활동이 3~4분기 재개돼 연간으로 보면 사고 여파가 우리 경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긴 시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보다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펴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며 대응했다. 그럼에도 사고 1년이 지난 현재, 성장률과 심리 지표 등을 따져보면 우리 경제는 아직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 사고 이후 경제 심리 위축…실물 지표도 하락

세월호 사고의 충격은 가장 먼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악화시켰다. 수백여명이 목숨을 잃은 대규모 재난으로 각종 민·관 행사가 취소됐고, 관광 등 유흥성 소비를 줄이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다.

지난해 초 108~109 수준에서 움직이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5월 105로 낮아졌다. 같은 해 6~10월 105~107 수준에서 움직이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103, 12월 101로 하락했고 올해 1~3월에도 101~103에 머무르며 세월호 직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도 마찬가지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4월 82에서 5월 79로 하락했다. 이후 6월 77, 7월 74, 8월 72로 계속 떨어졌고 9~12월 72~75 수준을 보였다. 올해 1~3월에도 각각 73, 74,77에 그쳤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은 곧 실물 경기 둔화로 이어졌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여행, 숙박, 음식 등 내수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고, 산업 활동이 위축되며 성장률도 둔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반영되며 4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7% 감소했다. 이후 소매판매는 5~8월(1.4%, 0.3%, 0.3%, 2.7%) 회복되는가 싶었지만 9~10월 각각 3.2%, 0.4% 감소했다. 11~12월에는 1.9%, 2.2% 회복됐다. 가구당 소비지출 증가율 역시 세월호 사고 직전 지난해 1분기 4.4%에서 2분기 3.1%로 둔화됐고, 3분기 3.3%, 4분기 0.9%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소매판매 증가율이 기조적인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2~3개월 단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이나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소비지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그만큼 소비 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 세월호 사고로 꺾인 경제성장률

성장률에도 세월호 사고 충격 여파는 고스란히 반영됐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1분기에는 전분기대비 1.1% 성장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로 경제 회복 분위기는 크게 반전됐다. 국책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간 연구소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세월호 사고 직후인 지난해 4월 30일 서울 남대문시장. 평소라면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적이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이곳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다.

KDI는 5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2014년 우리 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 하반기 내놓았던 전망(3.9%)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였는데, 통계 개편 효과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0.4%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성장률 전망을 기존 3.8%에서 3.6%로 낮췄고, 한국경제연구원도 3.5%에서 3.4%로 내렸다.

한은 역시 세월호 사고에 따른 충격을 반영해 두 차례 성장률 전망치을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세월호 사고 전인 4월, 우리 경제가 지난해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사고 직후 7월에는 3.8%로 낮췄고 10월에는 3.5%로 내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7월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세월호 사고가 2분기 우리 경제에 쇼크를 주고 하반기에는 다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지난해 성장률(잠정치)은 1분기 1.1%에서 2분기 0.5%로 낮아진 뒤 3분기 0.8%, 4분기 0.3%에 머무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3.3%로 전년(2.9%)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세월호 사고 직전 한은과 경제연구소들이 지난해 우리 경제가 3%대 후반~4%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지난해 통계 개편으로 우리 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효과가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는 미약했던 셈이다.

◆ 사고 1년, 녹록지 않은 경제…올해 성장률, 전년 밑돌듯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2분기는 우리 경제가 침체 상황을 벗어나는 회복기였는데, 경제 체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에 경제가 다시 회복 궤도로 올라서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라는 악재 외에도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뎌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세월호 충격으로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세계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의 나머지 엔진인 수출도 경제의 버팀목이 돼 주지 못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는 있지만 성장세가 미약하고 회복력도 강하지 않다"며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아 올해 성장률이 작년(3.3%)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