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지도(규 10513-2), 조선후기 지방지도,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
통영시. 네이버 지도

지방 답사는 그 지역 출신과 함께 가는 게 좋다. 이번 통영 여행은 진금주 박사와 동행하였다. 이 박사논문 제목이다. 오후 늦게 도착했기에 중앙시장에 가서 저녁부터 먹었다.

섬을 답사하며 책을 쓰는 강제윤 시인도 함께 했다. 라는 책을 읽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되었다. 2년 전에 그가 낸 또 다른 책 제목이 이다. 당연히 강제윤 시인의 단골식당으로 갔다. 생굴, 고등어회, 돌돔회, 도미튀김, 굴튀김, 미더덕회, 고등어김치찌개 등을 먹었다.

거북선 모양으로 생긴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은 시장에서 시락국을 먹었다. 점심은 도다리쑥국, 멸치회, 멍게비빔밥, 성게비빔밥을 먹었다. 더 이상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을 정도로 행복한 1박 2일이었다. 혼자 맛있게 먹고 와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통영 답사기를 시작한다.

세병관

통영시가 되기 전에는 충무시였다. 통영(統營)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의 줄임말이다. 삼도는 경상, 전라, 충청도를 일컫는다. 통영에서 제일 중요한 공간이 세병관(洗兵館)이다. 통제사의 집무공간이다. 국보 제 305호이다.

세병관 옆 통제사비군

세병관 오른쪽을 보면 통제사비군(統制使碑群)으로 이름 붙여진 비석들이 보인다. 역대 통제사의 공덕을 기린 비석들인데 흩어져 있던 것을 이곳에 모아 놓았다. 초대 통제사는 이순신 장군인데 최초의 통제영은 한산도였다.

세병관은 6대 통제사 이경준이 거제현에 있던 통제영을 이곳으로 옮긴 다음해인 1604년(선조 37)에 세웠고 1895년에 폐영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1598년(선조 31)에 전사하였기에 이곳에서 근무하지는 않았다.

착량묘

이순신 장군의 사당으로는 세병관 옆에 있는 충렬사로 알려져 있다. 1606년(선조 39)에 처음 세워져 1663년(현종 4)에 사액된 곳이다. 충렬사보다 먼저 이 충무공 사당의 효시로 알려진 곳은 충무교 근처에 있는 착량묘(경상남도 기념물 제 13호)이다. 1599년(선조 32)에 처음 세워졌다.

해저터널

착량묘 근처를 걷다보면 관광안내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통영의 명물인 해저터널을 볼 수 있다. 통영 남쪽에 있는 섬이 미륵도이다. 미륵도로 연결되는 터널이다. 근대문화유산 제 201호로 지정된 곳인데 해저 10m 지점에 판 것이다.

터널 길이는 483m, 폭은 5m, 높이는 3.5 미터로 일제강점기인 1931-1932년에 만들었다. 입구에 적힌 글씨는 '용문달양(龍門達陽)'이다. 용문은 수중에서 나오는 문을 의미할 것이고 달양은 육지 세계에 이른다는 의미로 파악했다.

착량교 앞 비석

미륵도로 연결되는 다리가 충무교이다. 옛지도에는 착량교(鑿粱橋)가 그려져 있다. 1757년(영조 33)에 처음 만들 때는 나무다리였다.

충무교를 걸어서 미륵도에 도착하니 비석들이 보였다. 첫 번째 비석에 전출신김공삼주송공비(前出身金公三柱頌功碑)라고 적혀 있다. 김삼주라는 인물의 공덕을 기린 비석이다. 1915년에 나무다리를 철거하고 사재로 아치형의 돌다리를 만든 인물이 김삼주이다. 충무교는 1967년에 착량교 자리에 완공된 다리이다. 그래서 이곳에 그의 송덕비가 있는 것이다.

충무교가 생기면서 해저터널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다. 통영대교는 1998년에 충무교 서쪽에 만든 현대식 다리이다. 야경이 멋지다.

당포성

미륵도 여행은 산양관광도로를 통한다.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당포성지가 나온다. 통영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므로 주변에 군사주둔지인 진(鎭)이 여러 군데 설치되었다. 현재의 통영시에 있던 조선시대 진이 당포진(산양읍 삼덕리), 삼천진(산양읍 영운리, 신전리), 사량진(사량면 금평리 진촌)이다. 각각 별도의 지도로 그려져 있다.



달아공원

당포성지에서 좀 더 남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달아(達牙)공원이 나온다. 입구 안내문을 보면 '임진왜란 때 아기(牙旗)를 단 전선(戰船)이 당포에 도달하였다고 달아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고,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아서',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어서 달아라고 한다는 설명도 있다.

여러 섬들이 보이는 경치 좋은 곳이다. 통영에 여행 온 거의 모든 관광객이 이곳에 온다고 보면 된다.

달아공원에서 북쪽으로 가면 박경리 기념관이 나온다. 통영에는 문화 예술인이 많아 박경리(박경리 기념관), 전혁림(전혁림 미술관), 윤이상(윤이상 기념관), 유치환(청마문학관) 등 기념공간이 있다.

중앙전통시장 앞

남해안의 바닷가 도시이지만 통영은 절대 가난한 동네가 아니었다. 통영 옛지도에는 긴 행랑이 그려져 있고 미전(米廛)이 적혀 있다. 통제영에는 돈을 만들어 내던 주전소(鑄錢所)도 있었고 12공방도 있었다. 어업, 유통, 수공업 등이 함께 있었던 곳이다. 시장도 번성했다.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는 강구안 앞이 중앙전통시장이다. 매립된 곳이 많아 옛지도와 현재 지형이 다르다. 중앙시장 왼쪽이 서호, 남망산 동쪽이 동호이다.

여행 끝에 사족을 한마디 붙인다.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라고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국의 도시에 비유하지 않아도 통영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고 경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