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개 상장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7일, 오너 일가(一家)가 새로 사내이사로 대거 선임됐다.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엔씨소프트 등은 큰 충돌 없이 주총을 마쳤다.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은 이날 15년 만에 태영건설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윤 회장은 2000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회장직만 유지했고 그의 장남인 윤석민 부회장이 사실상 단독 경영을 했다. 그러나 최근 그룹 전체의 실적이 악화되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유진기업은 최대 주주인 유경선 회장의 장남 유석훈(33) 경영지원실 총괄부장을 사내이사에 새로 선임했다. 유 회장은 올 1월 유진기업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경영 전반에 대한 유 총괄부장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왼쪽부터)윤세영 회장, 김동관 상무, 조원태 부사장, 조연주 부사장.

한솔그룹도 조연주(36) 한솔케미칼 기획실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조 부사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이자 조동혁 명예회장의 1남2녀 중 장녀이다. 업계에서는 조 실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한솔그룹 내 계열 분리와 사업 확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SPC그룹의 삼립식품은 이달 20일 주총에서 허영인 회장의 두 아들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와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를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역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대한항공도 이날 조양호 한진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대한항공 주총장에서 한 소액주주는 지난해 '항공기 회항(回航)' 사건을 언급하며 "몰락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엔씨소프트는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김택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 안건을 별 소란 없이 통과시켰다.

금융권도 이날 일제히 주총을 열고 이변없이 주요 안건을 통과시켰다. KB금융지주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7명 등 총 8명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며 사외이사 전원을 물갈이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비공개로 주총을 열어 김정태 회장 연임을 확정했다. 임기는 2018년까지 3년간이다. 우리은행도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5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정피아(정치권 인사와 마피아의 합성어)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일화 씨 등 4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