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被造物)이 자신을 만든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어 공격하는 날이 올 것인가. 2004년 할리우드 영화 '아이 로봇'에서 로봇은 인류를 공격하는 적으로 등장했다. 사실 이런 발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68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1970년 '콜로서스: 포빈 프로젝트' 등의 고전 영화에서도 컴퓨터는 항상 기대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그 결과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최근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 각광받으면서 AI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AI가 사람에게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우(杞憂)일 뿐이다.
과학자들이 AI를 개발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AI는 컴퓨터나 로봇이 데이터 종류를 구별하고 약간 수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AI는 입력된 고양이 이미지를 다른 동물과 구분해 분류해 낼 수 있다. 또 비행기 운항 중에 어떤 센서가 신호를 보내면,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AI는 입력된 디지털 코드의 구조가 평균적인 모습의 개와 고양이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통계적으로 분류하는 역할만 한다. 계속해서 분류를 시키면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고양이와 개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 고양이가 생물학적으로 개와 도마뱀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관심조차 없다. 애초에 그런 것을 궁금해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AI에 이런 호기심이나 결정권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사람의 뇌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UC버클리의 마이클 조던 교수는 "뇌의 심오한 역할을 이해하기까지는 긍정적으로 봤을 때 수십 년, 실제로는 수백 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내가 일하던 회사 '아이로봇'에서 만든 청소 로봇 '룸바'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의지와 뚜렷한 목적을 가진 로봇이었다. 청소라는 목적을 위해 스스로 물건을 피하고, 언제 청소를 멈춰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룸바의 한계다. 룸바는 사람과 가구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피하기만 한다. 그렇다면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을 룸바에 연결하면 어떨까. 왓슨의 방대한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더 많은 것을 파악할 수는 있겠지만, 그냥 청소를 좀 더 잘하게 될 뿐이다.
AI 기업 '사이코프'의 도그 레나트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푸시핀더 싱은 지난 20년간 어린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연구해 AI를 가르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연구가 실제 AI의 학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적으로 이뤄진 것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인간이 비행기를 만든 지 100년이 지났지만, 비행기는 여전히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자유롭게 날지 못한다.
현재 과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더 복잡한 계산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만으로는 AI를 절대 의도를 가진 지능으로 만들 수 없다. 1930년대 앨런 튜링 이후 수많은 사람이 사람의 사고 방식을 흉내내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로 뇌를 이해하고 흉내낸 기계는 없었다. 성공적인 AI를 비행기에 비유하면, 날개 달린 자동차를 만들어서 하나의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여러 대를 동시에 내려앉을 수 있게 하는 것보다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AI나 인간을 넘어서는 AI를 진정한 AI라고 본다면, 우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엄청나게 운이 좋다면 우리는 30년 정도 후에 도마뱀 정도의 생각을 가진 AI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발간된 '언제 인간 수준의 AI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보고서 95건을 분석한 결과, 항상 답변은 '15~25년 사이'였다. 지금까지 예측이 틀린 것처럼, 앞으로도 오랫동안 AI의 위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Rethink Robotics'사(社) 블로그 중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 위협이 아니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