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단층촬영(CT)은 병원에서 흔히 시행하는 검사다. 엑스(X)레이를 여러겹 겹쳐 영상을 얻는 의료기기로, 혈관 움직임과 장기(臟器)를 순간적으로 촬영하는데 유용하다.
CT 촬영은 환자가 검사를 받는 원통 안에 들어가 누운 다음 머리나 복부, 골반 등 측정 부위에 맞춰 이뤄진다. 하지만 촬영 부위 외에 나머지 신체 부위를 완전히 가리지 못해 방사선 피폭 우려가 있었다.
핀란드 의료기기회사인 플랜메드는 지난해 손과 발 전용 CT '베리티'를 출시했다. 팔, 다리에 골절이 생긴 환자는 검사가 필요한 부위만 CT를 찍어 방사선 피폭을 줄였다.
핀란드 연구결과 이 제품을 이용하면 보통 손과 발 CT 촬영시 방사선 노출량 1미리시버트(mSv) 대비 20분의 1수준인 0.05mSv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슴 X레이를 찍을 때 발생하는 0.1mSv보다도 낮은 수치다.
26일 의료기기 기업들에 따르면 올해 베리티 등 방사선량을 줄인 장비의 도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검사를 받으면서 방사선 노출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기업 DK메디칼시스템은 지난해 베리티의 국내 수입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백병원에 도입됐으며, 병원 2~3곳이 도입 의사를 밝혀왔다.
심재원 DK메디칼시스템 대표는 "CT 촬영으로 얻는 검사의 이득이 크다면 방사선 피폭을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대신 꼭 필요한 검사라도 방사선 피폭은 가능한 적게 받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미국 오크웍스 메디칼은 2000년대 후반 영상증폭장치(C-arm) 전용 시술대를 개발했다. C-arm은 보통 서서 찍는 X레이와 달리 환자가 시술대에 누워 촬영한다. 환자의 촬영 부위에 X선을 투과시켜 영상을 얻는다.
이 장비는 주로 디스크 시술할 때 많이 쓰이지만, 한 번 시술에 선명한 영상을 얻지 못해 여러번 촬영이 필요했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방사선 노출 우려가 있었다.
오크웍스는 방사선 투과율이 높은 특수재질인 탄소 섬유로 시술대를 이용하면 한 번 촬영으로 선명한 영상을 얻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외 전시회를 둘러보다 제품의 필요성을 느낀 MVR코리아가 지난해 국내 유통을 시작했다.
이일영 MVR코리아 대표는 "그동안 국내 병원은 대부분 나무 재질의 시술대를 이용해왔다"며 "이 제품이 일부 병원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촬영횟수와 방사선 노출을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 몸이 방사선을 쬐면 대부분을 구성하는 물 분자 일부가 분해되면서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DNA 염색체에 변형이 생긴다. 이런 염색체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 발생률이 올라간다.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는 지나친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상검사의 연간 방사선 허용량을 1mSv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나, 검사로 인한 이득이 방사선 피폭보다 더 클 때는 허용하고 있다. 자연에서 노출되는 연간 방사선량은 3.5mSv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1년 조사한 국민 1인당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1.4mSv였다. 영상검사 종류별로는 CT촬영이 0.79mSv로 절반 이상(56%)이었다. 이어 X레이 0.44mSv(32%), C-arm 0.09mSv(6.6%), 혈관촬영 0.05mSv(3.5%), 유방촬영 0.02mSv(1.6%), 치과 X레이 0.004mSv(0.3%) 순으로 나타났다.
방사선 피폭을 줄인 의료기기의 정확한 시장 규모는 확인되지 않지만, 최근 CT 등이 모두 저선량으로 개발되고 있어 관련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