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압박에 삼성카드 손들어…울상 짓는 캐피털업계

자료 :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삼성카드가 현대자동차와의 자동차 카드 복합할부 거래를 중단하고 가맹점 계약만 유지하기로 했다.

카드 복합할부를 둘러싼 카드업계와 현대차의 싸움에서 국내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차가 사실상 승리하면서 복합할부시장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쌍용차와 GM대우 복합할부가 명맥을 잇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캐피털사가 카드대금을 대납하는 복합할부 상품의 특성상 삼성카드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거의 없다며 현행 1.9%인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1.3%로 낮춰 달라고 요구했었다. 반면 삼성카드는 복합할부 마진 하한선인 1.5% 아래로는 수수료율을 낮출 수 없다고 맞서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신한카드, BC카드도 현대차와의 카드 복합할부 거래를 중단했다.

25일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현대차의 압박에 밀려 삼성카드가 절충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029780)는 캐피털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말부터 현대차와 복합할부 취급을 포함한 가맹점 계약 연장 협상을 진행해 왔다. 현대차는 협상 과정에서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능하다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삼성카드를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복합할부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6000억원으로 3년새 5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에 카드수수료 부담을 느낀 현대차는 지난해 초 금융당국에 복합할부상품 폐지를 요청했다

특히 이번 갈등은 재계의 라이벌인 현대와 삼성 간 경쟁 구도를 띄면서 관심을 모았다. 삼성카드는 현대차의 주요 반박 논리를 무력화 하기 위해 2~3일에 불과한 신용공여 기간을 한 달로 늘린 신복합할부 상품 취급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현대차가 가맹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삼성카드가 손을 들었다.

자동차 카드복합할부는 고객이 신용카드로 차 값을 결제하면 하루 후에 카드사는 자동차 제조사에 차량대금을 지급한 뒤 이틀 후에 캐피털사로부터 해당 대금을 받는 구조의 상품이다. 그 이후 차 구입자는 캐피털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면 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제조업체가 부담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카드사, 캐피털사, 고객, 자동차 딜러가 나눠 갖는 구조다.

자동차 복합할부 시장이 대폭 축소되면서 중소 캐피털사들이 울상이다. 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힘을 앞세운 현대차의 승리라고 다들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복합할부가 폐지되면 카드사와 캐피털사 모두 개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