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열 문무 대표변호사

법조계에서는 누군가가 저지른 범행의 경중에 비해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 '괘씸죄에 걸려서 그렇다'고 표현한다. 대한민국 법전 어디를 찾아 봐도 괘씸죄라는 죄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괘씸죄는 일반적으로 중죄라고 알려진 죄명 중 하나다.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대원칙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있는데, 이는 어떠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고, 그에 따르는 형벌은 무엇인지가 반드시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괘씸죄는 매우 중대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규정이 없어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반으로 절대 적용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괘씸죄 적용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고, 일반적으로 통용되기까지 한다.

괘씸죄가 유래할 수 있는 규정이 과연 법률에 존재할까. 재미있게도 괘씸죄가 나올 수 있는 근거규정이 있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를 보면, 형을 정함에 있어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중 괘씸죄는 '범행 후 정황'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법률에 정한 형을 법정형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형량이 정해질 때 법정형에 비해 낮게 정해지기 때문에 법정형에 가까운 형벌이 정해지면 괘씸죄가 적용됐다고 느끼게 되는데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인데, 2천만원의 사기죄를 저지르고 징역 2년 이상을 선고받으면 비록 10년형을 넘기지 않고 법정형 범위 내에서 선고를 받은 것이지만 일반 양형에 비해 중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평가돼 괘씸죄가 적용되었을 것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는 유형을 보면 ▲범행을 저지르고 반성을 하지 않는 경우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증거를 감추거나 허위 증인을 내세우는 경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우 ▲재판기일에 이유없이 불출석하는 경우 ▲허위 진단서를 제시하여 아픈 척 하는 경우 ▲정권 실력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경우(소위, 내가 누군데를 외치는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한 것처럼 재판부를 속이는 경우 ▲피해자를 찾아가서 합의를 강요하거나 협박하는 경우 ▲반성문을 제출하였지만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고 반성을 하는 척만 하다 들킨 경우 ▲법정에서 재판장의 정당한 질서유지에 불응한 경우(껌을 씹거나 턱을 괴는 등 불량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법정에서 욕설을 하는 경우) ▲검찰이나 법원을 이유없이 비난하는 경우 등등이 있다.

많은 변호사들이 법정에 출입하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법정 예절을 중요시한다. 재판을 받는 의뢰인에게도 이같은 예절을 안내하여 숙지하도록 한다. 이는 국민이 사법부에 부여한 권위를 존중하는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고, 공정한 재판을 해달라는 무언의 요청과 함께 의뢰인에게 괘씸죄가 적용되지 않도록 광의의 변론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거물 정치인이나 재벌가 구성원에 대하여 괘씸죄를 적용하기 보다는 형법 제53조(작량감경) 규정을 근거로 감형을 해주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거물 정치인에 대하여 선거법 위반의 경우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거나 재벌 총수에 대하여도 실형을 선고하는 추세다.

현재 진행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판을 보면, 항공보안법 제42조(항공기 항로변경죄)가 적용되었고,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인데, 형의 선고는 법정형 최하한인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는 아직 괘씸죄를 적용하지 않은 선고라고 볼 여지가 있다.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고,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턱을 괴는 법정태도, 갑질 유형의 범죄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경우, 거액의 사선변호사를 선임하여 수감 42일간 124회(하루 평균 3회) 접견을 하는 행위 등은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엄연히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괘씸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진심어린 반성을 하고, 국민이 부여한 사법부의 권위 앞에 용서를 구하고, 스스로 자숙하는 태도를 통하여 국민적 공분을 상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재판부와 자신의 변호인에게까지 갑질을 하는 태도를 계속할 경우 괘씸죄가 추가돼 큰 코 다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