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MS)가 24일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4월 출시 예정인 삼성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부터 MS의 각종 앱(응용 프로그램)을 탑재하는 등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메모 앱 원노트(OneNote), 온라인 저장 앱 '원드라이브(OneDrive)'에 무료 통화 앱 '스카이프(Skype)'까지 갤럭시 S6에 기본으로 설치된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사실 두 회사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런 긴밀한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MS는 스마트폰 특허료 지급 소송을 걸었고 지난해 말까지 법정 다툼을 벌였습니다. 더구나 MS는 노키아의 스마트폰 제조 부문을 인수,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애플과 사생결단 혈투 중인 삼성으로선 MS의 참전(參戰)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MS와 협력을 강화한 삼성전자의 선택에 대해 업계에서는 '적과 동침' '앙숙과 화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협력안을 봐도 이득을 더 보는 쪽은 MS라는 게 상식적 평가입니다. 애플과 구글에 밀려 모바일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MS로서는 삼성 신제품에 자기들 앱이 깔리면 고객 수억 명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이 MS와 협력을 선택한 것은 갤럭시 S6의 성공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요즘 분위기는 '노심초사'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전 세계 언론이 극찬하고, 선(先)주문이 폭주해 생산 라인이 풀가동 중인데도 회사 관계자들은 말을 아낍니다. 막대한 재고가 쌓여 실적 악화를 초래한 '갤럭시 S5'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삼성 관계자는 "갤럭시 S5를 출시할 때는 내부의 자신감이 너무 지나쳐 협력 관계 구축에 다소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지금은 갤럭시 S6의 우군(友軍)을 늘리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적과 동지를 가릴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MS와 협력을 선택한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여차하면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살벌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