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점 이어 금융노조 방문일정 취소…"굳이 갈 필요 없으면 쇼는 하지 말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강조하는 두 단어는 '금융개혁'과 '현장'이다. 이 중에서도 현장에 더 방점이 찍힌다. 개혁을 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각 실국에서도 매주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금융위 국장들은 월요일 간부회의 때 지난주엔 어디를 다녀왔는지 보고해야 한다. 요즘 금융위 국과장들은 한마디로 '외근중'이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쇼'는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굳이 갈 필요가 없는 현장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 임 위원장의 방침이다.

당초 금융위 계획상 임 위원장은 25일 은행 지점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임 위원장이 은행 지점에서 실제로 펀드에 가입해보고, 얼마나 불편한지 혹은 소비자를 위해 도입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확인한 뒤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이 계획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내가 가서 직접 해본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 같다. (사진이나 영상이 잘 나온다는 이유로) 굳이 쇼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융위는 우리은행 지점을 섭외했다. 우리은행은 신임 위원장이 온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준비했다가 일정이 취소됐다는 얘기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금융위가 임 위원장에게 규제 개선을 제안할 금융상품 소비자까지 섭외해 달라고 요청해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노조 방문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금융위 직원들은 위원장이 금융노조 사무실을 방문하는 것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비슷한 이유로 취소됐다.

임 위원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준비한 것은 금(金)요회다. 금요회란 금요일 아침 열리는 조찬 모임을 말한다. 금융위가 입주해 있는 프레스센터로 현장 관계자들을 불러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사실 언론에 홍보할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가서 들어야 하는 것은 반드시 가고, 금융위에서 들어도 되는 것은 여기서 듣겠다"는 임 위원장의 원칙은 확고하다.

지난 20일 금요회 첫 모임에서는 가계부채가 논의됐고 27일에는 은행의 보수적 관행 개선에 대한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하는 얘기치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앞으로 금융위 정책의 상당 부분이 이 자리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