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조미료 '미원', 컵라면 '왕뚜껑', 요리용 맛술 '미림'…. 출시 후 20년이 넘은 장수(長壽) 브랜드들이 최근 맛과 포장을 업그레이드한 리뉴얼(재단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주류는 최근 요리용 맛술 '미림'의 리뉴얼 제품을 내놓았다. 고기와 생선의 잡내를 없애주는 '미림'은 1987년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2008년 제품의 용기 디자인을 한 차례 교체한 데 이어 7년 만에 재단장한 것이다. 양문영 부장은 "고기의 육질은 부드럽게, 부서지기 쉬운 생선 살은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아미노산 함량을 10% 늘렸고 제품명 표기도 세로에서 가로로 바꿨다"고 말했다.

대상은 지난 60년간 고수해왔던 조미료 '미원'의 제품 색깔을 백색(白色)에서 연녹색으로 지난달 바꿨다. 작년 11월 '발효 미원'이란 이름으로 리뉴얼한 지 3개월 만에 다시마를 가미한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디자인까지 변경한 것이다. 김구택 부장은 "'미원'의 천연 재료와 발효 성분을 강조하기 위해 다시마 색깔(연녹색)을 입혔다"고 말했다.

올해로 출시 25주년을 맞은 팔도의 '왕뚜껑'도 새로 단장했다. 새 '왕뚜껑'은 나트륨 함량을 제품당 최대 230㎎ 낮추고 면발을 더 굵게 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샘표의 경우 작년 말 설탕 대신 벌꿀·과즙을 넣고 열량도 기존 제품의 절반 이하로 낮춘 현미 발효 흑초 '백년동안'을 내놓았다. 농심은 출시 후 28년 만에 처음 '신라면'의 국물 맛과 포장을 작년 8월 새로 바꿨다.

식품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불황으로 소비 위축이 극심한 상황에서 신제품 개발 투자를 하는 것보다 장수 브랜드에 일부 변화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11월 '발효 미원'을 내놓은 '미원'의 지난해 매출은 2013년 대비 5.5% 늘어난 1005억원에 달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저비용으로 판매 증대와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까지 있는 리뉴얼 작업은 경기(景氣) 침체기에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