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조선일보 DB
"금리가 1%대로 내려가면서 최근 들어 전세 보증금 규모와 관계없이 집주인들이 대부분 월세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M공인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전세 매물은 지난해보다 확연하게 줄었다. 은평뉴타운 구파발9단지래미안은 13개 동 486가구로 현재 전세로 나와 있는 매물은 전혀 없다. 전세금만 1년 전보다 평균 1억원쯤 올랐다.
은평뉴타운박석고개힐스테이트1단지는 947가구의 대단지지만 전세 매물은 16개에 불과하다. 반면 월세 매물은 30여 가구가 넘는다. 월세금도 지난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80만원 수준이던 것이 최근에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대로 올라간 상태다.
정책금리 하락으로 시중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전세주택의 월세전환이 가파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까지 떨어지면 전세 보증금 활용도가 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임대차시장, 월세 절반 시대 얼마 안 남아
지난 달 2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 1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중 보증부 월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은 43.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42.9%를 기록한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0건이 거래됐다면 6건은 전세, 4건은 월세였다는 뜻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33%에 그쳤던 전체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2012년 34%, 2013년 39.4%까지 올랐다. 지난해는 41%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제 월세가 전체 전월세 거래량에서 절반을 넘어서는 것도 머지않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월세 거래 급증 현상은 주택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저금리·집값 상승 기대감 상실에 따른 전세의 급격한 월세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정봉주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난은 단기간에 극복이 불가능한 문제로 저금리가 지속되면 월세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세입자가 월세를 선호해서 월세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셋값이 오르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 때문에 월세를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월세급증 부작용도 우려
기존 전세금을 낮춰 줄테니 월세로 바꾸자는 집주인의 요구도 늘고 있다. 집주인이 대출을 끼고 집을 사지 않았다면 전세를 줘야 할 이유가 없다. 전에는 전세 보증금으로 어느 정도의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으니 최근에는 이런 기대가 꺾였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2014년 12월 실거래가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국 주택 평균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은 연 7.7%로 연 2%대 수준인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의 3배가 넘는다. 집주인들이 앞다퉈 전세 매물을 월세로 전환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일반 아파트 시장에 고가 월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전세난이 심한 서울 강남 3구와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 받는 마포, 성동구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예컨데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일부 평형대는 보증금 5000만에 월세 200만원이 임대차시장에서 대세로 통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정보 없는 사람들은 전세집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세는 강제 저축의 의미가 있는데, 월세 시대로 넘어가면 그 기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점 지점장은 "월세 시대로 바뀌면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대학 졸업하고 내집 마련에 걸리는 시간이 이전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월세 낮아질 것이란 분석도
월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월세 시세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국감정원 발표한 지난 1월 서울 주택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은 6.8% 수준이다. 2011년 6월 8.6%에 비하면 1.8%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임대주택 공급을 대거 늘리고 있어 전세와 반대로 월세 시세는 계속해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월세 시대가 오더라도 전세 제도는 일정 부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정책은 빈민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위주의 공급이었지만, 앞으로는 서민들의 거주지에 소형주택 임대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는 "여전히 고가 아파트 매매의 경우 전세를 활용해 사는 경우가 많아 월세시대가 오더라도 전세 제도는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