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절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2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중)"
지난 10일 2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일부 위원이 미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 상승(엔화 약세)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19일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120엔을 웃돌았다. 지난 2012년 초 최저치(76달러)와 비교해 60% 가까이 오른 상태다.
보통 엔화가 약세를 띠면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 업체들과 일본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화장품·의류·호텔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약 3년간 엔저 현상이 계속됐지만 이 중 일부 업종의 주가가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인 관광객의 감소세를 상쇄하고도 남는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 덕에 화장품 등 유통업종 주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한다.
◇엔화 가치 하락하면 자동차·기계·화학 등 피해
증시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엔화 약세 수혜주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높은 종목들을 꼽는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자재 수입 단가가 낮아져 수익 구조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현대위아·화천기공·엘앤에프·로체시스템즈가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 엔화 부채를 많이 보유한 포스코·한국전력·롯데쇼핑·롯데제과·현대제철·한국가스공사도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가 4조2803억원이었는데, 이 중 엔화로 된 부채가 전체의 8.4%인 3606억원이었다.
반면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수출 업체들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쉽다.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와 경쟁하는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 결정을 깜짝 발표해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111엔까지 급등했을 당시 현대차 주가는 하루에 6% 가까이 하락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일본인 여행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화장품·호텔·레저업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화장품·의류업종, 오히려 시가총액 180% 가까이 증가
그러나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 동안 화장품·의류와 호텔·레저업종 주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다. 증권 정보 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19일 아모레퍼시픽·아모레퍼시픽그룹·에이블씨엔씨 등 화장품 및 의류업종에 속한 66개 업체의 시가총액 합은 50조6282억원이었다. 2011년 말(18조2824억원)과 비교해 177% 큰 액수다.
이 기간 실제로 해당 업종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이 화장품·의류 업체들의 영업이익 총합은 2조1958억원이었다. 2011년(1조6635억원)과 비교해 32% 증가한 규모다.
호텔신라·GKL·파라다이스 등 호텔·레저 업체 11개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이 업체들의 시가총액 합은 2011년과 비교해 74% 넘게 증가했다.
엔화 약세에도 화장품·호텔 등의 유통업종 주가가 오른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총 51만678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일본 관광객은 전년 대비 24.8% 감소한 14만2587명이 방한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지출 규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2013년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행 경비로 1인당 평균 232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평균 지출액(156만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