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다이어트가 시작되면서 비만을 주로 진료하는 의사들도 몸매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조선일보DB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민화씨(28·가명)는 봄 맞이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겨울에 따뜻한 어묵을 자주 찾던 그는 위가 늘어났는지 좀처럼 식욕을 멈출 수 없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폭식만 늘었다. 김씨는 식욕억제제 상담을 받기 위해 집 근처의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김씨는 병원 진료실에서 의사를 만나는 순간 다이어트 의지가 떨어졌다. 진료하는 의사가 자신보다 더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의사가 자신보다 체중 감량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였다.

19일 비만을 주로 진료하는 의사들에 따르면 봄철 외모 상담을 받는 환자가 늘면서 의사들의 다이어트에 비상이 걸렸다.

보통 비만 진료는 상담과 식사일기 등으로 2개월 가량 꾸준히 병원에 방문하게 한다. 의사들 사이에서 과체중 의사는 환자를 꾸준히 병원에 오게 하는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명동 나우비클리닉 윤장봉 원장은 “의사도 많이 먹고 덜 움직이면 살이 찐다”며 “회식자리가 있어도 과식을 절제하고 매일 운동을 하는 등 다이어트는 평생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최근 살이 찐다고 느끼자마자 진료를 마치고 먹던 저녁식사를 두부 한 모로 대체했다. 가급적 회식자리를 피하고 저녁에는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실제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사라 블레이크 교수팀이 2012년 국제학술지 ‘비만’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인 의사일수록 비만 치료에 자신감을 가졌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을 나눈 값이다. 보통 BMI 25 이하를 정상 수치로 보고, 25 이상부터 과체중으로 구분한다.

블레이트 교수팀이 의사 500명을 대상으로 비만치료의 자신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BMI 25 이하의 정상 체중 의사 53%, 과체중 의사 37%가 자신있다고 답했다. 정상 체중 의사가 치료에 자신감이 더 많았다.

또 의사의 93%는 자신의 체중이 환자보다 가볍거나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할 때만 환자를 비만으로 진단했다. 의사가 과체중이면 다이어트 고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제대로 상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만 진료하는 의사들은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가끔 레이저 시술이 관리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DB

신현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를 맡은 이후 몸무게가 2㎏ 늘었다. 매일 점심식사를 겸한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기자들을 만나 음주와 과식을 한 탓이다.

매일 진료실에서 비만 환자를 상담하는 그는 이대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식을 하더라도 가급적 채소 위주에 기름에 튀기지 않은 음식을 골랐다.

술자리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적정 음주량의 기준인 와인 1~2잔만 마시고 술잔을 놓았다. 주말에는 조깅과 요가를 했다. 이후 곧바로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다.

신 교수는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진료와 연구로 노동강도가 높아 생활습관 개선이 어렵다”며 “하지만 본인이 실천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환자들에 하면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동의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항상 외모에 신경써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환자들이 자신을 보고 용기를 얻는 모습을 보면서 해소한다. 몸매 관리 외에도 동안 피부를 위해 자신의 병원에서 종종 레이저 시술을 받는다.

조 원장은 “미용클리닉을 운영한 10년동안 직접 과일 주스를 갈아먹고 꾸준히 운동해 체중 변화가 없었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예뻐지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도 용기를 얻고 치료에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