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구름처럼 뒤덮는다. 대기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뿌옇게 변해버린다. 까만 천으로 얼굴을 모두 가린 한 남자가 안개 낀 듯 뿌연 거리를 지나간다.
'돔 지붕 아래서(穹頂之下·충딩즈샤)'란 동영상의 일부분이다. 중국 CCTV의 전직 앵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중국석유공사(CNPC) 등 국유 기업들 때문에 스모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인터넷에 공개된 뒤 1주일 동안 조회 건수가 2억건을 돌파하며 중국인들 사이에 파장을 일으켰고, 정부는 결국 접속을 차단했다.
충딩즈샤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양회) 직전에 공개되며 환경문제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생태환경 파괴 행위에 느슨하게 대응해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가 되면서 중국 증시에선 중국 환경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강세를 띠고 있다. 중국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를 담은 국내 펀드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덩달아 웃고 있다.
◇태양광 업체 투자 펀드 강세
18일 펀드 정보 제공 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신재생 에너지 업체들의 주식을 주로 담은 펀드 9개의 평균 수익률은 8.57%였다. 이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34%였다.
상당수 펀드 운용사 관계자가 중국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덕에 펀드 수익률이 좋았다고 말했다. '키움퓨처에너지증권투자신탁 1[주식]A1'은 올 들어 19.1% 수익을 내고 있으며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주식]C 1'과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 2[주식](A)'는 각각 15.24%, 3.41%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중국 태양광 업체인 하너지박막발전·트리나솔라·보리협흠에너지(GCL폴리에너지)와 풍력발전 업체 화넝리뉴어블을 담고 있다. 이 중 하너지박막발전은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19.88%)을 기록한 '알파에셋투모로우에너지자 1[주식]A'도 담고 있다. 이 외에 태양광 모듈 생산 업체 징코솔라·차이나에버브라이트와 풍력발전 업체 콩코드뉴에너지가 국내 신재생 에너지 펀드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치킨게임 종료·투자 확대 호재"
중국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들이 큰 폭으로 오른 가장 큰 이유는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정숙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금리 인하로 부동산·증권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으나, 3월 첫 거래일 후강퉁 거래 상위 종목은 대부분 환경 관련 테마주들이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양회에서도 지난해보다 구체적인 환경보호 관련 목표치가 제시됐다. 리커창 총리는 에너지 소비 강도의 감소 목표치를 3.1% 이상, 농경지의 삼림화 목표 면적은 6667제곱킬로미터(㎢)로 제시했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 가운데서도 태양광 관련 종목의 상승세가 뚜렷하다고 말한다. 태양광 업체들의 저가 경쟁 '치킨게임'이 끝나 수익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철기 KD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중국 태양광 업계에서 수년간 과잉 공급으로 인한 저가 경쟁이 큰 문제였는데, 이 과정에서 몇 개 업체가 파산하고 지난해 말부터 선도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 정부의 태양광 투자 확대 전망도 관련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매년 10기가와트씩 태양광발전 용량을 늘리기로 했는데, 지난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자 올해 추가로 더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 中 환경 관련株 추천
한편 중국 내에서 환경보호 관련주가 일종의 테마처럼 뜨자 국내 증권사들이 해당 기업들을 후강퉁 추천주 목록에 넣고 있다.
현대증권은 태양광발전 관련 업체인 장강정공강구조와 도시 상하수·폐수 관리 기업 무한홀딩스를 추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기 버스 제조사인 우통객차를, NH투자증권은 풍력발전 업체인 금풍과기와 친환경 차량 업체 비아적을 각각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