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대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국형 드러그스토어〈키워드〉 업계가 급성장하면서 3자(者) 대결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올 들어 신세계가 내부적으로 '분스'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농심 계열의 '판도라'가 작년 하반기 재정비에 들어가면서 CJ의 '올리브영', GS의 '왓슨스, 롯데 '롭스' 등 3파전으로 압축된 것이다. 2010년 초반 농심·신세계·롯데 등이 시장에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분야의 노하우와 유통업 경쟁력에서 뒤진 업체들이 본업(本業)인 식품 위주로 매장을 바꾸거나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하면서 '빅3'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빅3 업체, 공격적인 점포 확대

업계 1위 올리브영은 올 1, 2월에만 매장을 16개 늘렸다. 이로써 작년 말 기준 417개였던 매장 수는 2월 말엔 433개가 됐다. 2010년 말(91개)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 매출 역시 지난해 10% 이상 성장하며 5000억원을 돌파했다.

왓슨스도 지난해 매장 수가 처음으로 100개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말까지 33개를 더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롭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만 20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는 의약품을 팔지 않는 대신 화장품의 매출 비중이 50%를 웃돌고, 20~30대 여성이 고객의 70~80%를 차지하는 게 특징이다. '헬스·뷰티'라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화장품에 집중한 게 전문 매장을 선호하는 최근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와 같은 종합매장에서 가구 전문점, 가전제품 매장 등 카테고리별 전문점으로 소비자가 이동하는 현상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황우식 왓슨스코리아 팀장은 "유기농 제품을 살 때 전문 매장을 찾는 것처럼, 요즘 20~30대 여성들은 화장품을 살 땐 드러그스토어를 찾는다"며 "직접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데다 새로운 제품이 많은 것도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여성에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근(近)거리 쇼핑 추세도 '한국형 드러그스토어'의 급성장을 뒷받침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의약품이 없다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낳았다"며 "편의점에서는 보기 어려운 화장품, 프리미엄 생활용품 등으로 틈새를 잘 파고든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재 600개에서 2500개 넘어설 듯

업계에서는 현재 600개인 전국의 드러그스토어 개수가 현재의 4배인 2500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일본의 경우 드러그스토어가 편의점의 3분의 1 수준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편의점 숫자가 2만5000곳에 이르는 만큼, 매장 2500곳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확산된 편의점이 최근 주요 유통 채널로 주목을 받듯이, 지금 20~30대 중심인 드러그스토어의 소비자층 저변도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각기 개성을 내세우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리브영은 최근 부산양정점·세종첫마을점·제주시청점·제천점 등 다양한 규모의 매장을 잇달아 내며 판매 실험에 나서고 있다.

왓슨스는 대형 우량 점포 위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롯데가 뒤를 받치는 롭스는 백화점 제품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이미지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화장품은 물론 간편 식품, 건강식품 분야에서도 성장이 기대된다"며 "앞으로 규제 완화를 통해 약국과 결합한 진짜 '드러그스토어'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한국형 드러그스토어

약을 주로 파는 외국 드러그스토어와 달리 화장품 판매 비중이 높다. 의약품 판매 규제가 많은 국내 현실에 맞춰 생긴 일종의 변형 매장이다. 주요 소비자층은 20~30대 여성으로 화장품이 전체 매출의 50%를 웃도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