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대 그룹의 투자 규모는 두 자릿수로 늘어나지만 신규 채용은 6%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대규모 장치산업 위주인 한국 제조업의 특성으로 인해 투자 확대가 고용 증대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의 채용 확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30대 그룹 국내 투자·고용계획을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올해 30대 그룹은 작년보다 16.5% 늘어난 136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하지만 신규 채용 규모는 6.3% 줄어든 12만1801명이었다. 30대 그룹의 신규 채용은 작년에도 전년에 비해 10% 줄어드는 등 2년 연속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19개 그룹이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채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그룹은 4곳이었다. '지난해보다 늘리겠다'고 한 그룹은 7곳에 불과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저(低)성장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신규 고용을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停年 연장 등으로 신규채용 감소

30대 그룹의 신규 채용 감소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정부에 반기(反旗)를 든 '채용 쇼크'라는 평가가 많다. 30대 대기업 그룹은 각종 조사에서 채용 규모를 줄인다는 답변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게 관행이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최대한 정부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의외의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기대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0대 그룹의 한 최고전략책임자는 "이번 조사에서 우리가 올해 뽑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을 적어냈으나 실제 숫자는 그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서는 전년보다 6%가량 줄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더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더라도 전체 근로자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작년보다 1%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 들어오는 젊은 직원 수는 줄지만 정년 60세 의무화 등으로 인해 기존 직원들이 덜 나간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면 지금까지 53세쯤 퇴직하던 근로자들이 7년은 더 근무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이를 대비해 신규 채용 규모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고용절벽' 현상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본부장은 "통상임금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업마다 인건비 부담이 5~15% 정도 늘었다"며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1순위를 '일자리'로 해야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고용 절벽' 현상을 극복하려면 임금피크제·직무성과급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경기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인력 조정을 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대 그룹의 한 노무 담당 임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임금 인상은 최소화하고 대신 정규직을 많이 뽑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정부는 거꾸로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 일자리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30대 그룹의 주축인 장치산업 위주에서 벗어나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1조원짜리 설비투자비가 들어간 플랜트를 건설하면 신규 고용 인원은 200~500명에 지나지 않지만 유통·의료 같은 서비스업 투자는 1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종천 숭실대 경영대 교수는 "보건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를 키우자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경제활성화 핵심 규제 완화 법안이 수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며 "청년 실업률이 9%를 넘는 상황에서 하나라도 더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