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2014년 사업실적에 대한 설명을 하는 모습.

13일 오전 삼성전자(005930)의 제46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삼성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 단상에 오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권 부회장은 주주석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됐습니다"라며 짧막히 소리쳤다. 한 주주의 발언을 듣는 중에는 "아이, 쯧"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주주들은 이날 총회에서 배당금 지급과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의 연임안, 이사 보수한도를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 진행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주주들은 이날 사외이사로 추천된 후보를 두고 주주들의 날선 비판과 지적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총회는 10시30분을 넘어 끝이 났다. 다른 대기업의 주주총회가 통상 20~30분안에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길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현 사외이사인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의 연임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주주들은 먼저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너무 적다고 꼬집었다.

한 소액주주의 대리인으로 나온 변호사는 "주식을 사면 은행 예금보다 이자수익이 나야 정상인데, 매년 금리 수준도 안되는 배당을 하고 있다"며 "사외이사들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올해도 이런 기본적인걸 해결하지 않는다면 민사소송과 배임죄를 묻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주주들에게 제일 좋은 환원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주는 "사외이사들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대변해야할 사외이사가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소액주주는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의 평가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사외이사가 자격이 있는지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며 "회사가 공정하게 운영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사외이사의 선정기준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권 부회장은 "주주들께서 100%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외이사 후보들은 그간 회사에 여러가지 제안이나 공헌을 하신 분들"이라며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평가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고성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 소액주주는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는 건 기준이 모호하다는 얘기"라며 "사외이사가 회사에게만 유리하게 움직일 수도 있는데, 주주들을 바보천치로 보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권 부회장이 말을 끊으려 하자 이 주주는 "가만히 있어 보라"며 제지를 뿌리쳤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2014년 사업실적에 대한 설명을 하는 모습

권 부회장이 재차 "점수로 못매긴다는 뜻이며, 다 생각을 해서 임명했다"고 답하자 이 주주는 격분해 "언어로 희롱하는 것이냐"며 행사장이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권 부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권 회장은 "헛소리가 아니다. 기준 내부적으로 다 있다"며 "(소란을 피우면)발언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또 다른 일부 주주는 이들 사외이사가 IT사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의 전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산업화 시대에는 IT 전문가들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융복합 시대"라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배경으로 하는 사외이사의 제안이 회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화에 인수된 삼성테크윈의 주주가 회사를 규탄하면서 잠시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 주주는 "'사업보국'을 얘기하는 삼성이 방산사업에서 철수했다"며 "임직원들이 주인없는 회사마냥 버림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주주는 "사회에 공헌한다는, 도덕성을 말하는 기업에서 임직원들을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2014년 사업실적에 대한 설명을 하는 모습

권 부회장은 "원안에 상관없는 얘기는 삼가해주기 바란다"며 "삼성전자는 테크윈의 주주일뿐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이날 주총이 열린 다목적홀에는 행사가 시작하기 1시간전인 오전 8시부터 주주가 몰렸다.

삼성전자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밖에 앰뷸런스 한대를 대기시켰다. 삼성전자는 주총을 찾아준 주주에게 감사의 표시로 아티제의 케익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