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인근의 '이비스 스타일 앰베서더' 호텔. 이날 개관한 호텔은 국내 호텔 기업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가 깨끗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숙박시설을 찾는 관광객을 겨냥해 지은 호텔이다. 여기서 신세계백화점 쪽으로 100여m 걸어가면 롯데호텔이 짓는 중저가(中低價) 호텔 '라이프스타일 명동'이 나온다. 바로 옆에는 올해 1월에 문을 연 '르와지르 호텔', 하나투어가 내년 준공을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 중인 '마크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 도심에 비즈니스호텔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해마다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을 잡기 위해 서울 명동과 광화문, 동대문 일대에 중저가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사무용 빌딩과 상가들이 밀집한 도심에 호텔을 짓기 위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가 하면 건설회사와 여행업체들도 호텔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급호텔·건설·여행사도 中低價 호텔 사업에 진출

이날 명동에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호텔을 오픈한 아코르 앰배서더는 작년 10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 '이비스 버젯'(195실)을 개장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올해 5월 세계적인 호텔 그룹 스타우드 호텔&리조트와 손잡고 서울역 인근에 첫 비즈니스호텔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342실)을 개장한다. 하얏트호텔도 동대문에 중저가 브랜드 '하얏트 플레이스'(204실)를 내년 상반기 오픈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외 특급 호텔은 물론 여행업체와 건설사들도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림그룹은 작년 말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글래드 호텔'을 오픈했다. 배선용 대림그룹 상무는 "서울 시내에서도 호텔 수요가 풍부한 강남·여의도·마포에 신규 호텔을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비즈니스호텔 체인으로 키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서울 회현동에 있는 대한전선 사옥을 매입, 총 576실 규모의 호텔로 꾸미는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다. 조일상 하나투어 팀장은 "비즈니스호텔은 대규모 회의장 등 부대시설이 별로 필요 없어 일반 오피스빌딩을 활용해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며 "호텔 부지를 찾기 어려운 도심에서 공사비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보다 객실 2배 증가, 중국인 관광객도 16% 늘듯

서울 지역에 공급되는 비즈니스호텔은 올해 정점을 이룰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 55개 호텔, 총 8255개의 객실이 신규 공급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2013년과 지난해 신규 호텔 객실 수(3116실·3883실)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내년에도 총 23개의 호텔(4166실)이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비즈니스호텔이 급속히 증가하는 데는 유커의 힘이 절대적이라는 평가다. 2010년 189만명이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613만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714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유커는 주로 명동과 남산, 남대문시장, 동대문패션타운 등을 돌며 쇼핑 관광을 주로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호텔도 도심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호텔의 공급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자칫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146개였던 서울시내 관광호텔은 2017년이면 300개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중국인 관광객에 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는 혐한(嫌韓) 분위기와 엔저 현상 등의 여파로 2012년 이후 매년 줄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본인 관광객은 2012년 352만명에서 지난해에는 235만명으로 급감했다.

성연성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해외 관광객에 대한 숙박시설 제공과 함께 각종 행사나 회의실 대여 등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