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11일 보고-프런티어펀드 인수 승인 여부 논의
인수 승인하면 "투기자본 허용했다", 불승인하면 "법적요건 맞췄는데 불허했다" 논란일듯

복잡한 이해관계로 한국토지신탁(034830)(이하 한토신) 인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1일 보고-프런티어펀드의 한토신 인수 안건을 논의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주주 적격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는 후문이다.

한토신 인수 건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위장 인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한토신이 지방 건설사들과 연계해 사업을 하는 부동산신탁 1위 업체란 특수성 때문에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동원한 로비가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지막 문제는 현재 한토신이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점이다. 자칫하면 금융당국이 경영진을 교체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구조다.

◆ KKR 위장 인수 논란…당국 일각 "승인 불허해야"

보고-프런티어펀드와 관련해 외국계 투기자본이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내리면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프런티어펀드가 KKR이 위장 인수를 시도하려고 설립한 펀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당초 KKR은 한토신을 직접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인수자가 프런티어로 바뀌었다. 그리고 KKR이 프런티어에 인수자금의 90% 이상을 댔다. 당연히 "(투기자본 문제로)KKR이 직접 인수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위장 회사를 내세웠다"는 논란이 일었다.

부담을 느끼고 인수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금융위 입장을 확인한 프런티어는 올초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를 인수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KKR의 지분율은 사실상 45%선으로 낮췄다. 보고펀드의 지분율은 50%다.

그럼에도 보고-프런티어펀드는 목표로 했던 지난달에 금융당국 승인을 받지 못했다. 투기자본의 위장 인수 논란이 쉬이 가라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 실무자들의 반대의견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방식의 인수가 허용되면 앞으로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모두 펀드 설립 형태로 국내 금융기업 인수를 시도할 것"이라며 "현 규정상 인수 주체에 대해서만 심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법적으로 인수 승인 문제 없어”…"금융위가 경영진 바꿔버린 셈"이란 지적도

현행 규정상 보고-프런티어펀드의 대주주 적격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프런티어펀드의 한 관계자는 "KKR의 위장 인수가 염려된다고 해도 일단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허용해주고, 추후 잘 관리하는 것이 정상 아니냐"면서 "증거 없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법을 지켰는데도 허용해주지 않는다는 건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는 로펌 자문을 두군데에서 받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도 KKR과 관련한 자료를 받아서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한토신은 현재 경영권 분쟁 중에 있다. 27일로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까지 보고-프런티어펀드가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지 못하면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엠케이인베스트먼트이 경영권을 쥘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돼 버리면 금융위가 상장회사의 경영진을 바꿔버렸다는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