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포스코그룹 감사팀은 신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권오준 회장의 직접 지시로 이뤄진 한 달여 동안의 감사 결과, 임원을 포함한 간부 10여명에 대해 감봉(減俸) 등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 이유는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신사업에 대한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 실수 등이었다. 일례로 포스코 옥계 마그네슘 제련소는 2013년 발생한 페놀 유출 사고로 토지 정화(淨化)명령을 받고 현재 가동 중단 상태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투자 결정 과정에서 수요 예측 실수도 징계 사유로 삼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며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취임 1년을 맞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실적 악화에 빠진 계열사·사업부에 대한 사업재편·구조조정 고삐를 바짝 더 죄고 있다. 계열사 부진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형국이다. 9일 본지가 최근 공개된 포스코그룹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4년 경영 실적을 공개한 포스코 국내 계열사 46개 중 29곳(63%)이 순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플랜트 기자재업체인 포스코플랜텍이 2790억원, 비철금속 소재회사인 포스코엠텍이 1000억원의 적자를 각각 냈다. 이들 대부분은 철강 호경기 시절 큰 고민 없이 사업다각화를 내걸고 사업 영역을 확장한 회사라는 게 공통점이다.
◇철강 분야는 영업이익 호전
권 회장은 작년 3월 14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재계 7위 포스코 회장에 취임했다. 그의 일성(一聲)은 "철(鐵) 본연의 경쟁력을 되찾고 철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매각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지난 1년간 권 회장이 본업인 철강 경쟁력과 구조조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포스코 본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8.0%를 기록, 전년(7.3%) 대비 개선됐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여전히 나쁜 상황에서 이만한 성과는 인정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율도 30.9%에서 33.3%로 상승했다.
구조조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 2월 기업설명회에서 권 회장은 "부임 첫해 30건의 구조조정 대상 사업이 있었는데 이 중 10건에 대한 매각을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특수강, 시멘트원료 업체인 포스화인, 유통부문 베트남 플라자·마산 백화점 등의 매각으로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포스코건설지분, 광양LNG터미널, 도시광산(휴대폰 등에서 귀금속을 뽑아내는 것)사업부, 영월 몰리브덴 제련 공장 등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실 계열사 조직 감축도 진행되고 있다. 권 회장은 작년 연말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3000억원의 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 들어 희망퇴직 등으로 이 회사 임직원 30% 감축안을 내놨다.
◇株價는 취임 때보다 떨어져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권오준 회장 1년에 대한 평가를 미루는 분위기다. 작년 3월 13일 포스코 종가(終價)는 28만원이었지만 이달 9일 현재 26만7500원으로 1년 전보다 4% 떨어졌다. 코스피가 이 기간 3% 상승한 걸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권 회장이 좀 더 강도(强度)를 높여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이 "구조조정이란 화두는 잘 잡았으나 지금까지 '절반의 성공'을 거뒀을 뿐"이라며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욱더 과감한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연간 투자를 2014년 5조4000억원에서 올해 4조2000억원, 내년 3조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이기로 결정해 단기 실적 개선 효과를 보더라도 중장기 성장 동력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 교수는 "권 회장이 성공한 CEO가 되는 최대 관건은 구조조정 성공 여부"라며 "2018년까지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 고비를 잘 넘어야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