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으로 골치를 앓는 유통 대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윤리제보 시스템을 마련하고, 대금지급기일을 대폭 줄이는 등 '갑질 방지'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NS홈쇼핑은 9일부터 임직원의 비리나 부패행위를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 '헬프라인(Help Line)'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헬프라인'은 PC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부정행위를 제보할 수 있다. 이미 불공정 거래를 제보한 협력사에 6개월간 추가 편성 혜택을 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한층 더 강한 불공정 거래 근절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한숙경 NS홈쇼핑 감사실장은 "직무 관련 금품이나 향응 수수행위·불공정한 거래 계약행위·기타 업무상 부조리 행위 등 모든 비리에 대한 제보를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상품 입점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상품을 들여오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평가하고 선정하는 '상품선정위원회' 제도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NS홈쇼핑은 스마트폰 익명제보 QR코드가 인쇄된 '클린명함'과 '클린스티커'를 만들어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에 집중 게시했다. 제보 문화를 활성화해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협력사의 자금 운용 편의를 봐주기도 한다. 롯데홈쇼핑은 2일부터 협력사 대금지급 기간을 30일에서 7일로 줄였다. 1일부터 10일까지 팔린 상품 대금은 17일에, 11일부터 20일 사이 팔린 대금은 27일에 지급하는 식이다. 협력사로선 상품 대금을 이전보다 일찍 받으면 더 빨리 자금을 운용할 여지가 생긴다.

롯데홈쇼핑은 이미 한 차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경험이 있다. 작년 6월 롯데홈쇼핑의 전·현직 임원 7명과 상품기획자들이 협력사로부터 수년간 20억원 상당의 금품을 상납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은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강도 높은 체질개선책을 연이어 시행하고 있다.

우선 협력사로부터 무상으로 받던 샘플을 모두 사서 쓰고, 협력사와 업무에 드는 비용을 전부 롯데홈쇼핑이 부담하는 방침을 세웠다. 작년 11월부터는 부정행위를 금지하는 청렴계약제도 도입했다. 청렴계약제는 1993년 국제투명성기구(TI)가 고안한 제도로, 계약을 맺고 이행할 때 뇌물을 주고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자는 계약취소나 입찰자격 박탈 등 제재를 가하는 제도다.

롯데홈쇼핑에 이어 롯데마트는 9일부터 '파트너사·롯데마트 간 신(新) 문화 실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계약서에 '갑(甲)', '을(乙)'이라는 표기를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롯데마트가 사용하는 모든 계약서에는 갑 대신 '롯데마트', 을 대신 '파트너사'라는 단어가 쓰인다.

이와 별도로 파트너사 직원과 실시간 소통하는 '롯데마트 소통폰'을 개설해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감사인사와 칭찬을 나누는 '서·감·찬(서로 감사하고 칭찬하기)' 운동을 함께 진행한다.

롯데마트 직원이 파트너사 직원과 업무를 하면서 감사할 일이 생길 경우, 대표 번호로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 롯데마트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명의로 감사 편지를 파트너사 대표에게 발송하는 식이다. 반대로 파트너사 직원이 이 번호로 롯데마트 직원을 칭찬하면 관련 내용이 롯데마트 대표이사에게 전달된다.

류경우 롯데마트 대외협력부문장은 "친구들끼리 문자와 카카오톡을 일상적으로 나누듯 파트너사와 롯데마트도 친구 같은 사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 제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