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1000개가 넘는 자투리펀드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 금융당국이 자투리펀드 난립을 막기 위해 일반 펀드와의 합병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자투리펀드 중 일부는 간접투자자산운용법(간투법) 적용을 받고 있어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한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득공제 장기펀드나 재형저축펀드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펀드들도 운용사가 합병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위원회는 펀드 규제 완화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할 개정 조문안을 금융투자협회에 전달했다. 내달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르면 6월에서 7월 초 정도에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가 일반 펀드와 합병할 때도 수익자 총회를 생략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에는 규모가 비슷한 소규모 펀드끼리 합병할 때만 특례를 줬다.
앞으로는 투자 자산만 유사하면 합병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투자목적과 투자전략이 유사해야 해서 사실상 합병 가능한 펀드를 찾기가 힘들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투리펀드는 1200여개다. 전체 공모펀드의 36% 수준이다. 이중에서 약 10%는 설정된 지 1년이 넘었는데 설정액이 10억원이 안된다.
금융당국은 운용사의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11년 소규모펀드 집중 정리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체 주식형 펀드에서 소규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대 중반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펀드를 합쳐도 자투리펀드인 경우가 많고 투자 목적이나 운용방식까지 같은 펀드를 찾기가 어려워 실효성이 부족한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인해 자투리펀드가 전체 공모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보다 200~300개 정도 줄어들면 20%대로 진입하게 된다. 대다수 운용사에서는 법이 개정되면 자투리펀드 청산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대형 펀드와 합병할 만한 소규모 펀드를 추려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펀드들은 법이 개정되더라도 일반 펀드와 합병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설정돼 간투법의 적용을 받는 펀드들이 대표적이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999~2008년에 만들어진 펀드는 156개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간투법 적용을 받는 펀드를 자본시장법상 펀드로 전환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이 바뀌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규제 완화로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만들어진 펀드들이 주로 합병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장펀드, 연금저축펀드, 재형저축펀드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펀드들도 합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시된 소장펀드, 재형저축펀드 중 70~80%가 자투리펀드다. 펀드 합병은 같은 운용사에서 만든 상품끼리만 가능한데, 똑같은 유형의 세제 혜택 펀드를 여러 개 출시하는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