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내려오고 난 이후에 아이들이 목감기를 달고 삽니다. 세종시가 서울보다 공기는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먼지가 많아서 더 안 좋은 것 같아요.”

지난해 세종시로 내려온 한 중앙부처 과장이 술자리에서 하소연하듯이 한 말입니다. 세종시로 내려오게 된 공무원들은 다들 자연환경 하나는 서울보다 세종시가 좋겠거니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세종시에 와보니 공기는 오히려 서울이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세종시는 금강이 바로 옆에 있어 평소에도 안개가 많이 낍니다. 몇 년째 대규모 토목 공사가 계속되다보니 먼지가 안 생기는 날이 없고, 이 먼지가 안개와 섞여 대기 중에 오래 머물면서 공기 질을 나쁘게 하는 겁니다. 2013년 자료이기는 하지만 에어코리아 환경부 대기환경정보를 봐도 세종시가 들어선 충북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세종시 사람들이 공기 질에 특히 민감해진 이유입니다.

최근 세종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채석장 확장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종시 장군면에서 채석장을 운영하고 있는 A업체는 최근 채석장 운영기간 연장과 면적 확대를 신청했습니다. 2020년까지였던 운영기간을 2025년으로 연장하고, 채석장 면적도 1.5배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세종시 주민들은 바로 들고 일어났습니다. 채석장과 붙어 있는 장군면 주민들뿐 아니라 채석장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행복도시 주민들까지 채석장 확장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채석장과 행복도시간 거리는 2.5㎞ 정도인데요. 채석장과 가까운 범지기마을이나 가재마을뿐 아니라 첫마을 주민들까지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채석장에서 생긴 비산먼지가 겨울철 북서풍을 타고 행복도시로 날라온다고 말합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공기 질이 채석장 때문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몇몇 주민들의 반발에서 시작된 채석장 확장 반대 여론이 최근에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중재안을 낼 정도로 커졌습니다. 지난달에는 이춘희 세종시장이 장군면사무소에서 지역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채석장 문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고, 이달 초에도 이 시장과 세종시 아름동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채석장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시장까지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채석장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업체가 적법하게 확장을 신청하면 지자체가 거절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종시 주민들의 반발도 워낙 거세 당분간 채석장 문제가 세종시 최대 현안이 될 것 같습니다. 첫마을에 살고 있는 한 세종시민은 “채석장 문제는 아이들의 건강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 시장이 제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