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문래역 7번 출구.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2명의 여성 여행객이 쇠 깎는 소리가 들려오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양옆으로는 셔터를 내린 낡은 철공소가 오밀조밀 붙어 있고, 길은 팔을 펴면 꽉 찰 만큼 좁은 곳이었다. 이들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철공소 사이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이 지역은 이른마 '문래동 예술촌(창작촌)'이라고 불리는 영등포구의 명소이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쇠 깎는 소리가 시끄럽고 숨 쉴 때마다 메케한 냄새가 느껴지는 탓에 강남 가로숫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 같은 느낌은 안 난다. 하지만 서울 도심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평일 낮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골목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철강 노동자와 예술가 만나 독특한 분위기 만들다
문래동 예술촌은 원래 철강소들이 밀집한 구역이다. 1960년대 후반 청계천에서 이전한 철공소들이 자리를 옮기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지금은 셔터를 내린 철공소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철판을 실은 화물차가 긴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일감이 많았다고 한다.
이 골목이 예술가들을 품기 시작한 건 2000년대부터다. 비싼 임대료로 홍대서 밀려난 예술가들이 문래동에 자리를 잡았다. 공장으로 지어진 건물이 많았던 만큼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 저렴한 임대료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쓰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장 벽에 그림을 그렸고, 담장을 갖가지 색으로 칠하기도 했다. 차가운 쇳덩어리와 콘크리트에 예술가들의 온기가 들어오자 독특한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도심에서 찾기 어려운 풍경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렸고, 자연스레 카페와 식당도 생겨났다.
대통령이 지난해 방문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문래 소공인특화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일자리를 주던 '문래동의 영광'을 철공인 여러분과 함께 다시 재현하고자 한다"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이곳을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가꾸려 한다"고 했다.
◆ 상가 임대료는 큰 변화 없어…"매물 찾는 게 더 어려워"
문래동 예술촌에서 카페나 식당을 준비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주일에 10여명 정도가 카페나 식당을 할만한 장소가 있는지 문의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분위기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는 것은 물론 입지도 좋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하철 2호선 문래역과 가깝고, 인근에는 직장인이 많은 구로디지털단지, 가산 디지털단지, 여의도가 있다. 신도림이나 영등포구청, 홍대 등까지 이동하기도 편하다.
다만 상가 임대료는 큰 변화가 없다. 약 33~50㎡ 정도의 상가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문제는 매물이 없다는 것. 카페나 식당을 할만한 건물 1층에는 철공소가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아 원하는 위치를 찾기 어렵다. 카페나 식당, 가죽 공예방,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는 선유로 옆길도 마찬가지. 대부분 건물에는 가게가 이미 들어섰거나,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D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문래동 예술촌이 '입소문'을 타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원하는 위치를 찾기 어렵고 공장이 많아 임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가까이 있는 문래동 1가나 문래동 4가 쪽에 있는 상가를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한 때 재개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는 예술촌을 유지하고 지원하려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예술촌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초 문래 1~3가 철공소 거리가 재개발지구로 정해졌지만, 지난해 대통령 방문과 예술가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로 당분간 재개발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