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서울 명동의 주요 호텔들은 공실(空室) 문제로 때아닌 골치를 앓고 있다. 관광객 중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저렴한 호텔을 선호하며 명동 지역 호텔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6일 호텔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평균 숙박료가 스탠더드룸 기준 1박에 12만원을 넘는 명동 인근 호텔들은 올해 설 연휴 기간 객실 점유율이 대부분 70%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업계에선 객실 점유율 70~80%를 기록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춘다고 본다. 3~4년 전 성수기 객실 점유율이 90% 안팎을 넘나들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명동의 중급 호텔들은 성수기에야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유지하는 셈이다.

서울 명동 일대에는 도보 5분 거리에 10개 이상의 중급 호텔들이 몰려있다.

서울 명동 일대에 숙박료 10만원이 넘는 중급 호텔이 새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무렵부터다. K팝과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나던 시점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2011년 962만명이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2014년 1260만명까지 불어날 것이라며 숙박 시설을 확충하라고 장려했다. 서울시에선 중구 차원에서 2012년부터 관광호텔 사업승인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관광숙박지원센터'를 열었다.

그러나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은 금세 뜸해졌다. 2011년 대지진 이후 일본 내 소비심리가 움츠러들고, 한·일간 민족 감정이 격해진 탓이다. 일본인 관광객의 빈자리는 곧 중국인 관광객들이 채웠다. 한국관광공사는 2010년 176만명이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612만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4년 새 4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덩달아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는 2010년 880만명에서 지난해 1400만명으로 불었다.

그러나 명동 지역에 우후죽순 세워졌던 중급 이상 호텔들은 객실 점유율이 도리어 이전보다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공하는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2011년 211만7577개였던 서울시 중구 호텔 객실 수는 2013년 12월 249만238개로 늘었다. 반면 이용률은 2011년 84.8%에서 2013년 79.5%로 5.3% 떨어졌다. 객실당 평균요금도 2011년 18만1844원에서 2013년 17만4832원으로 낮아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비싼 호텔 대신 다른 숙소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사 이롱(eLong)에서 '명동 숙소'를 인기순으로 검색해보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은 대체로 두 사람에 540위안(약 9만4000원) 이하의 호스텔급 숙소에서 머문다. 올해 3월 기준 이롱이 선정한 명동 숙소 인기순위 1위부터 15위 가운데, 호텔은 1군데도 없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싼 숙소를 찾아 남양주와 판교, 파주 일대에 묵기도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을 찾는 이유를 조사해보면 '가까워서'와 '싸서'가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은 숙박에 한 사람당 40~50달러(약 4만4000~5만5000원) 이상은 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급 호텔들은 자유 여행자들에게 선택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호텔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단체 관광객을 받기도 한다. 객실을 비워두는 것보다는 이윤이 적더라도 손님을 받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단체 관광객들이 호텔에 머물면 해당 관광객을 데리고 온 여행사에도 이윤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든다. 일부 호텔들은 정규직 인원을 줄이고 비정규직 인원을 늘리는 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기에 나섰다.

이런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당분간 명동 일대 호텔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대기업 계열 호텔들이 줄줄이 개장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올해 5월과 9월 서대문과 마포에 비즈니스호텔체인 '신라스테이'를 열 예정이다. 두 호텔은 모두 300실 내외 규모다. 내년에는 광화문에도 신라스테이를 선보인다. 롯데호텔은 10월 중구 장교동에 435실 규모로 '롯데시티호텔 명동'을 오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