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 사는 다우슨 리버만(8)은 태어날 때부터 왼손 손가락이 두 개뿐이었다.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리버만은 최근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부모가 인공 손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다우슨의 왼손에 끼워진 인공 손은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개발한 3D(3차원) 프린터로 찍어낸 것이다. 얼핏 보기엔 장난감 같기도 하지만 손가락을 펴고 접거나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기능을 모두 구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3D프린터가 어린 장애인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0명 중 1명이 손가락 일부가 없는 상태로 태어난다. 사고로 손가락을 잃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는 비싼 의수(義手)를 맞춤 제작하거나 그대로 장애를 인정하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3D 프린터로 인공 손을 만들어주자는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13년 세워진 '이너블(E-nable)'재단의 경우 인공손 제작비를 20~50달러 수준까지 낮췄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위한 캠페인인 만큼 다양한 재미있는 요소들을 추가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손을 직접 조립할 수 있도록 '조립식 장난감' 형태로 만든 것이다. NYT는 "프린터가 뽑아낸 부품들을 맞추면서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다"면서 "일부가 고장 나면 그 부품만 따로 주문해서 고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색칠도 자유롭다. 일부 모델은 기능에 따라 손가락 끝 부분을 교체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보는 '수퍼 히어로'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미국 만화 회사 마블코믹스는 올 1월 텍사스에서 열린 '마블 유니버스 라이브' 행사에서 인공 손을 착용한 아이들을 무대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슬로건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새로운 영웅이 필요하다'였다. 아이들을 실제 영웅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한국에서도 3D 프린터를 이용한 인공 손 기부 움직임이 활발하다. 3D 프린팅 업체 '만드로' 대표 이상호씨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인공 손을 제작해주고 있다.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는 전자 의수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지난 1월 첫 제품이 나왔다. 제작비는 15만원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3D 프린터 보급이 확산되면 이런 기부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