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

“전기차는 천천히 성장할 것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오래가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가 개발될 시점에는 전기차가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므로 수소차는 미래차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디터 제체 다임러 그룹 회장은 3일(현지시각) ‘제네바 모터쇼 2015’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장에서 차세대 자동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다임러 그룹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다.

그는 “앞으로 자율주행차를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줄이고 낮과 밤, 노면상태와 상관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해야 하므로 한 단계씩 숙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0년까지 고급차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 1월 전 세계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12만5865대)는 판매 물량 부문에서 BMW(12만4561대)를 앞질렀다. 국내에서 벤츠는 올 1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4367대를 팔았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상황이 좋지 않은 러시아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제체 회장은 “지난해 경쟁자들과 다르게 우리는 러시아에서 성과가 괜찮았다”며 “아직은 러시아에서 벤츠의 성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성장 잠재력이 줄어들긴 했다”고 말했다.

제체 회장은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IT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융합돼야 자율주행차·전기차 등이 가능해 구글과 애플의 관심을 환영하고 좋다”며 “다임러 그룹도 이미 미래차에 대한 준비를 해왔고 능력을 갖췄지만, 애플·구글과 협력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협력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이 자동차 업계의 경쟁자가 되더라도 반긴다”며 “하지만 애플·구글이 강력한 힘을 지닌 회사지만, 애플의 팀 쿡 CEO가 다임러 그룹이 휴대폰을 만든다고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애플은 현재 타이탄이라는 이름의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체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서는 “15년 전쯤 다임러 그룹이 현대차와 지분교환을 한 것은 당시 현대차가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행했다”며 “지분 교환은 청산했지만, 현대차는 내가 봤던 잠재력을 현실화하며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체 회장은 “하지만 현대차는 다임러 그룹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다”며 “차종과 고객층을 감안하면 우리의 경쟁상대는 BMW와 아우디”라고 말했다.

다임러 그룹은 한국과도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체 회장은 “한국의 전장(電裝·전기전자장치) 및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논하는 한국기업만 LG·삼성을 포함해 7~10곳 된다”며 “배터리 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일반 차량 부품에 대해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말 LG전자(066570)와 무인주행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시스템은 차량 전방의 위험을 관찰하고 교통정보를 수집한다.

다임러 그룹은 한국업체에 부품을 공급받기도, 공급하기도 한다. 쌍용차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5단, 7단 변속기, 5000㏄ 엔진 등을 공급한다.

마이바흐 풀만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번 모터쇼에서 초호화 리무진인 ‘마이바흐 풀만’을 선보였다. 마이바흐는 지난해 마이바흐 S클래스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모델을 공개했다.

마이바흐 풀만 리무진은 6499㎜로 마이바흐 S600보다 1053㎜ 길다. 휠베이스는 4418㎜에 달한다. 전고는 1598㎜로 벤츠 S클래스보다 100㎜ 이상 높다. 엔진은 V12 6L이며, 최고출력은 530마력·최대토크는 54.6㎏·m다. 차량 가격은 6억1400만원부터 시작한다.

제체 회장은 “마이바흐는 다양한 국가의 최상의 고객을 위한 것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며 “중동,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팔릴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과 미국이 마이바흐의 주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체 회장은 자사 모델 가운데 GT3, A 클래스를 가장 좋아하는 차종으로 꼽았다. 다른 자동차 회사 중에는 벤츠와 협력관계가 있는 애스턴 마틴 차량을 선호했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이 ‘더 뉴 메르세데스 AMG GT3’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